일요일(11일)에도 창원국제사격장에서는 총성이 울렸다. 사격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김민정(24·KB국민은행)의 권총에서 나는 소리였다.
한국 사격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14장 땄다. 여자 10m 공기권총이 2장, 여자 25m 권총이 1장이다. 10m 공기권총 올림픽 쿼터는 지난해 김민정이 땄다. 하지만 올림픽 쿼터는 개인이 아닌 국가에 준다. 세계 랭킹이나 과거 성적과 관계없이 원점에서 태극마크를 겨룬다. 10m 공기권총(16~22일)은 28명 중 2위 안에 들어야, 25m 권총(24~30일)은 20명 중 1위를 해야 한다. 두 종목 모두 5회 총점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김민정은 전화 인터뷰에서 “9일 창원에 도착했다. 사격도 양궁 못지 않게 선발전이 치열하다. 평균 570점대 후반~580점대 초반(만점 600점)을 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보미(IBK기업은행), 김장미(우리은행) 등이 경쟁자다.
김민정 주 종목은 10m 공기권총이다. 2019년 세계 1위였다. 종목별 세계 1위는 ‘골든 타깃’을 받는다. 그 역시 수상을 위해 독일 뮌헨에 다녀왔다. 그해 베이징 월드컵 1위, 뮌헨 월드컵 3위였다. 현재 세계 6위다. 10m 공기권총은 탄착점이 표적지 중앙 지름 11.5㎜ 원 안에 들어가야 10점이다. 그는 동그란 사격 안경을 쓰고 사대에 선다. 왼쪽 눈은 가리개로 가린다.
김민정은 “중학 때부터 시력이 0.3~0.4였다. 안경을 쓰면 교정시력이 1.0이다. 표적 정도는 다 보인다”며 웃었다. 손상원 KB 감독은 “사격은 조준선을 잘 보는 선수와 못 보는 선수로 나뉜다. 민정이는 시력이 나쁘지만 조준선을 믿고 쏜다. 사격장이 문 닫을 때까지 자발적으로 야간 훈련을 한다”고 칭찬했다. 많이 쏠 때 공기총은 한 타임에 80발, 화약총은 300발까지 쏜다.
중학 1학년 체육시간에 처음 총을 잡은 김민정은 유스 시절부터 명사수였다. 고교 졸업 후 KB에 입단했다. 이화여대 체육학과(16학번)에도 동시에 진학했는데, 대회 출전으로 수업에 빠지다보니 제적당했다. 그는 “미팅이나 과팅도 못 해봤다”며 웃었다.
김민정은 2016년 성인이 되자마자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해 리우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그때는 올림픽에 엄청난 괴물들이 나올 줄 알았다. 돌이켜보면 월드컵에서 늘 봤던 선수들인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다 하자’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이 종목 세계 최강자는 안나 코라카키(그리스)인데, 김민정이 더 잘 쏜 적도 있다. 그는 “희한하게 싸한 느낌이 들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만 4개인 진종오(42·서울시청)에 빗대 김민정은 ‘여자 진종오’로 불린다. 그는 “부끄럽다. 난 잠깐 1등도 힘들었는데, 종오 오빠는 20년 넘게 세계 최고다. 옆에서 보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혼성 10m 공기권총은 아직 국가별 출전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선발전 남·녀 결과로 혼성팀을 구성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진종오와 ‘여자 진종오’ 김민정이 도쿄 사대에 나란히 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