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역대 25번째 '어린이날 더비'에서 두산을 꺾었다. 간판타자 김현수(33)가 엘린이(LG 어린이 팬)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선사했다.
김현수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어린이날 더비에 3번·좌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3안타(1홈런)·2타점·2득점·1볼넷을 기록하며 LG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선발 투수 워커 로켓을 흔들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현수가 활약으로 분위기를 바꾼 LG는 로켓을 무너뜨리며 역전에 성공했고,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LG와 두산의 어린이날 더비는 1996년 처음 시작해 1997년과 2002년을 제외하고 올해까지 25번 열렸다. LG는 이 경기 승리로 통산 11번째(14패) 승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연승. 최근 5년(2017~21년) 전적도 3승 2패로 우세하다.
LG는 4회까지 끌려갔다.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가 제구 난조를 보이며 4점을 내줬다. 1회 말 무사 만루에서 김재환에게 희생 플라이, 김인태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3회 1사 3루에서도 양석환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점을 더 내줬다. 이어진 2사 1·2루 위기에서는 LG 유격수 오지환이 박계범의 내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송구 실책을 범하며 추가 실점했다.
그러나 김현수가 LG의 반격을 이끌었다. 1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첫 타석에서 로켓으로부터 좌전 안타를 쳤다. 이때는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0-2로 뒤진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현수는 로켓의 시속 138㎞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익 선상 2루타를 때려냈다. 그는 4번 타자 채은성의 좌전 안타로 득점에 성공했다.
1-4로 뒤진 5회 초 3번째 타석에서는 해결사 본능을 보여줬다. 김현수는 무사 1루에서 로켓의 3구, 시속 149㎞ 몸쪽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월 투런포를 날렸다. LG가 3-4로 추격하는 홈런이었다. 개인 통산 200번째 홈런을 어린이날 더비에서 때려냈다.
LG 후속 타자들은 김현수가 흔든 로켓을 상대로 동점을 만들었다. 2사 후 김민성이 좌전 2루타, 신예 문보경이 우중간 적시타를 때려냈다. 4-4 동점으로 맞이한 6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홍창기가 좌전 2루타, 오지환이 우전 적시타를 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7-4로 앞선 9회 말 등판한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실점 없이 9회를 막아냈다.
LG와 두산의 어린이날 매치업은 특별하다. KBO리그에서 가장 큰 팬덤이 정면 대결이다. 이전 24경기 통산 관중은 61만4025명. 잠실구장 '한 지붕'을 쓰는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이날 두 배로 커진다. LG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류지현 LG 감독도 경기 전 "관중석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열기가 어린이날에는 유독 다르게 느껴졌다"고 선수 시절을 돌아봤다.
김현수는 어린이날 더비의 산증인이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한 그는 2015시즌까지 7차례 어린이날 매치업에 출전했다. 이 기간 타율 0.320(25타수 8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다가 돌아와 2018시즌부터 LG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은 엘린이를 위해 활약했다.
김현수는 지난해 5월 5일 열린 2020 정규시즌 개막전이자 어린이날 더비에서도 맹활약했다. 1-0으로 앞선 3회 말 2사 2루에서 두산 선발 투수였던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좌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3-1 박빙 리드 속에 맞이한 8회 4번째 타석에서도 두산 불펜 투수 이현승을 상대로 적시타를 쳤다. LG는 8회만 4점을 추가, 8-2로 승리했다. 김현수가 LG 유니폼을 입고 나선 4차례 어린이날 더비에서 타율 0.500(12타수 6안타)·2홈런·5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중석을 텅 비워놓고 어린이날 더비를 치렀다. 올해는 4월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따라 만원 관중의 10%인 2472명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2년 만에 '직관'이 이뤄진 어린이날 더비에서 김현수가 또다시 엘린이의 히어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