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야구'를 하는 리드오프가 만루 홈런까지 쳤다. 데뷔 첫 그랜드슬램을 날린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베이스를 돌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을 때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표정이었다.
LG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더블헤더(DH) 1차전에 11-1로 이겼다.
승부는 4회 말에 갈렸다. 김현수의 내야 안타와 정주현의 3루수 앞 땅볼 때 김민성의 홈 슬라이딩까지 두 베테랑의 전력 질주가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타는 홍창기가 날렸다.
홍창기는 DH 1차전 3-1로 앞선 4회 말 만루 홈런을 쳤다. 한화는 선발 투수 김민우를 내리고 홍창기 타석 때 투수를 윤대경으로 교체했다. 홍창기는 1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윤대경의 시속 142.3㎞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타구를 우중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발사각 30.9도, 비거리는 130.6m. 빠르게, 멀리 날아가는 홈런이었다.
홍창기의 시즌 2호 홈런이자, 2016년 프로 입단한 그의 데뷔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LG는 순식간에 스코어를 7-1로 벌렸고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홍창기는 "추가 점수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외야 희생 플라이를 노렸다"며 "이병규 타격 코치님이 앞 타석 때 타격 타이밍이 조금 늦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인지 4회 타석에서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라며 웃었다.
홍창기는 지난해 이천웅의 부상 이탈 때 출전 기회를 얻어 리드오프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타율 0.279, 출루율 0.411, 장타율 0.417로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김현수와 채은성, 이형종, 이천웅, 홍창기까지 포진한 LG의 올 시즌 외야진은 빅5로 불렸다. 홍창기는 "내가 주전 선수라 생각하지 않는다. 형들이 워낙 뛰어난 선수여서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자'라는 자세로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그의 다짐처럼 올 시즌 홍창기는 팀을 위해 더 잘 치고, 더 열심히 달리고 있다. 9일 DH 1차전까지 타율 0.306, 2홈런, 1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LG는 시즌 초반 극심한 팀 타선 슬럼프를 겪었는데, 홍창기는 유일하게 예외였다. 꾸준하게 3할 타율을 유지, 지난해보다 더 뜨거운 타격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11개였던 도루도 올해 벌써 6개를 기록했다.
장점은 변함없다. 지난해 0.411이었던 출루율은 8일 현재 0.433까지 올랐다. 지난해 리그 2위였던 타석당 볼넷(0.16개) 기록은 올해도 똑같다. 타석당 볼넷은 4.37개에서 4.07개로 줄었는데, 류지현 LG 감독이 좀 더 공격적인 타격을 주문한 것을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창기는 "팀 분위기는 항상 좋았다. 우리 타자들의 타격감도 올라온 만큼 앞으로 더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