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는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더블헤더(DH) 1차전 4회 말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김현수의 타구는 한화가 정상 수비를 했다면 2루수를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화는 '수베로 시프트'를 가동해 2루수 정은원이 이익수(2루수+우익수)처럼 깊숙하게 수비하고 있었다. 정은원이 공을 잡아 1루로 던져 아웃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LG의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원심은 번복됐다.
빅이닝의 출발은 김현수의 전력 질주였다. 그는 공을 때린 뒤 열심히 달렸다. 선두타자 김현수의 출루 후 LG는 1-2로 뒤진 4회에만 8점을 뽑아 11-1로 이겼다. 류지현 LG 감독은 "주장 김현수의 전력 질주가 승리를 이끈 계기"라고 반겼다.
이는 로베로토 라모스에게 다시 한번 전력 질주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본보기였다. 김현수는 4월 29일 잠실 롯데전에서 내야 땅볼로 아웃된 라모스에게 "DH(지명타자), 그라운드볼 베이스 러닝 끝까지 피니시 오케이?"라고 이야기했다.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이니 땅볼 타구에도 전력 질주를 하라는 뜻이었다. 라모스가 상대의 극단적 수비 시프트 속에 일찌감치 주루를 포기하는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김현수는 3월 중순 삼성과의 평가전 때 얕은 플라이에도 전력으로 달렸다. 정식 경기가 아닌 평가전에서 열심히 달린 이유에 관해 물었다. 그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전력으로 뛰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선수라면 모두 그렇게 뛰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뛰지만, 내가 그렇게 열심히 뛰면 (팀 동료들이) 따라 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LG는 올해 '원 나우'를 노린다.
주장 김현수는 팀 승리를 위해 기습 번트도 마다치 않았다. 같은 날 열린 DH 2차전 2-5로 뒤진 9회 말 무사 1루에서 한화가 수비 시프트를 가동해 유격수-3루 간을 비워놓자, 빈 곳으로 기습 번트를 했다. 공이 페어 라인 바깥으로 흘러나가 파울이 선언됐다. 김현수도 멋쩍은 듯 웃었다.
하지만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센스 넘치는 플레이였다. 현대 야구는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가동한다. 대부분의 타자는 평소처럼 타격한다. 특히 중심타자라면 자존심도 걸려 있고, 본인의 스윙을 유지하기 위해 따로 변화를 주지 않는다. 홈런왕 출신의 한 타자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이라면 빈 곳을 공략하겠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수비 시프트에 대응해 밀어치면 상대가 다시 원래 위치에서 수비하지 않겠나"라며 "상대와의 싸움에서 자존심도 걸려 있다"고 했다. 결국 김현수는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LG는 추격 끝에 4-5로 졌다. 그러나 그의 번트 시도는 팀의 의지를 일깨우는 플레이였다.
주장의 역할은 그라운드 뒤편에서도 묵묵히 이뤄진다. 프로 2년 차 이민호가 4월 25일 한화전 4-0으로 앞선 6회 말 1사 1루에서 투구 수 80개를 기록한 뒤 교체되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현수는 수비 교대 후 이민호를 따로 불렀다. 그는 "스태프가 (이)민호에게 정해둔 투구 수가 있었다. 이를 흔들면 팀이 흔들린다. (더 던지고 싶어도) 팀을 위해 참아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팀 타선과 함께 팀이 침체를 겪을 땐 "한동안 더그아웃에 한숨밖에 안 들렸다. 너무 싫었다. 내가 망가져서라도 선수들을 웃기려고 한다. 소극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는 팀 타선이 큰 침체를 겪을 때도 꾸준하게 활약했다. 10일 현재 타율 0.333, 6홈런, 2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결승타는 6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리고 5월 타율 0.462를 기록 중이다.선두를 내줬던 LG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김현수는 팀이 힘들 때 동료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잘 나갈 땐 혼내고 다독이고 있다. 김현수가 보여주는 긍정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