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주중 3연전 3차전에서 0-2로 패했다. 패인 상대 선발 투수 정찬헌과 불펜진을 상대로 득점에 실패한 타선의 침묵. 실점 숫자만 보면 마운드는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진'했다고 볼 순 없다.
문제는 예견된 과부하가 드러난 점이다. 이 경기 선발 투수는 손톱이 깨지는 악재로 잠시 휴식을 취했던 우완 곽빈. 종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던 투수다. 좋은 성적을 남겼다. 열흘이라는 휴식도 긍정적인 효과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곽빈은 무너졌다. 1·2회 실점 위기는 잘 넘겼지만, 4회 급격하게 무너졌다. 한 이닝 사구 3개를 허용했다. 선두 타자 오지환에게 사구, 후속 문보경에게 우전 안타, 유강남에게 다시 사구. 1사 만루에서 상대한 홍창기도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두산 벤치는 이 상황 뒤 이천웅의 타석을 앞두고 불펜 투수 이현승을 투입했다.
곽빈은 3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필승조박치국과 홍건희를 제외한 불펜 투수 대부분 나섰다. 이현승과 윤명준, 장원준과 김명신 그리고 김민규까지. 투구 수 관리는 이뤄졌다. 문제는 또 연투만 3명이라는 점. 11일 열린 1차전에서도 '대체' 선발 박종기가 2⅓이닝을 소화한 뒤 강판됐다. 불펜진이 5⅔이닝을 막아야 했다. 8일 롯데전에 나선 박정수, 9일 이영하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듀오와 토종 에이스 최원준 외 두 자리가 헐겁다. 부진 탓에 2군에 내려갔던 이영하가 다시 기회를 얻었고, 이용찬이 자유계약선수(FA) 이적하며 보상 선수로 영입한 박정수도 선발 기회를 얻었다. 박종기는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이 무릎 통증으로 로테이션 한 번을 비운 상황에서 나선 투수.
6월 둘째 주,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와 최원준이 등판한 두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선발이 부진했다. 당연히 불펜 소모가 많았다. 역전과 추격 기세 속에 등판한 필승조 투수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대체 선발 또는 선발 후보들이 안착하지 못하면 내주 일정도 불펜 소모가 불가피하다. 물론 1~3선발 투수가 나선다고 불펜 투수가 나서지 않는 것도 아니다.
두산은 2연속 루징 시리즈다. 주중 롯데, 주말 LG전 모두 2패를 당했다. 이영하 등 대체 선발 투수들이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