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윈 나우', 우승을 향한 진격이다. LG는 지난달 29일 로베르토 라모스(27)를 웨이버 공시하는 동시에, 저스틴 보어(33) 영입을 발표했다.
단일 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라모스는 LG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손꼽힐 만한 임팩트를 보였다. 지난해 구단 역대 개인 한 시즌 최다인 38홈런을 기록했다.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자였다. 정확성(타율 0.278)과 클러치 능력(86타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 라모스는 달랐다. 일단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퇴출 전까지 타율 0.243, 8홈런, 25타점에 그쳤다. 장타율(0.592→0.422)과 출루율(0.362→0.317) 모두 전년 대비 많이 떨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몸 상태였다. 허리 통증으로 인한 결장이 길어졌다. 6월 8일 NC전이 마지막 출전이었다.
지난겨울 LG는 라모스와의 계약이 지지부진하자 보어와 협상한 바 있다. 결국 반 년이 지나 그를 35만 달러(4억원)에 데려왔다. LG 구단은 보어의 1군 출장 가능 시기를 올림픽 휴식기(7월 19일~8월 9일) 이후로 점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타자의 부진으로 속앓이했던 LG로선 기량이 검증된 라모스에게 회복 시간을 더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LG는 불확실한 미래와 작별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라모스의 허리 부상 재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당장 호전 가능성도 크지 않았다. 올 시즌 성적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193㎝, 122㎏의 뛰어난 체격을 자랑하는 보어는 힘이 뛰어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메이저리그(MLB)에서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빅리그 통산 장타율도 0.457로 높았다. 그의 포지션도 구단이 원했던 1루수다. 우투좌타인 보어는 2014년 마이애미에서 데뷔한 뒤 빅리그 통산 5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 92홈런, 30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4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는 99경기에서 17홈런을 때려내는 등 여전한 파워를 과시했다.
다만 약점도 적지 않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탓에 성적이 내림세다. 2019년 타율 0.172를 끝으로 빅리그 커리어는 중단됐다. 올해는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 소속으로 33경기에서 타율 0.213, 6홈런, 17타점, OPS 0.772에 그쳤다. 지난해 한신에선 타율(0.243)과 OPS(0.760)가 모두 낮았다. 일본 언론이 추정한 몸값(28억원)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장타력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볼넷과 삼진 비율이 좋은 편은 아니다.
보어는 빅리그에서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받았다. 좌투수에 약했기 때문이다. MLB 전체 타석의 80.2%는 우투수, 나머지 19.8%는 좌투수를 상대했다. 우투수 상대 타율(0.262)보다 좌투수 상대 타율(0.215)이 훨씬 낮다. 빅리그 홈런 92개 중 좌투수로부터 뽑아낸 건 8개뿐이었다.
그런데도 보어는 이전부터 LG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아시아 야구를 경험한 장점도 있다. 지난해 히로시마 소속으로 99경기에서 타율 0.266, 11홈런, OPS 0.723으로 부진했던 호세 피렐라가 올 시즌 삼성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것도 LG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전에는 보어를 장타형 선수라고 여겼는데 최근 영상을 유심히 보니 공을 잘 골라내더라"며 "일본 무대에서 동료들과 융화력도 좋았다고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