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우려 속에 도쿄올림픽이 첫발을 내디뎠다. 제32회 도쿄올림픽은 23일 저녁 8시 도쿄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막식을 갖고 다음 달 8일까지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당초 지난해 7월 24일 개막할 예정이었던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1년이 늦춰졌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지만,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도쿄도(東京都)에 4차 긴급사태(7월 12일~8월 22일)를 선언했다. 도쿄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내린 긴급 처방이었다. 이어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치르겠다고 결정해 최대 6만8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국립경기장엔 빈자리가 가득했다. 제30회 런던올림픽의 웅장함도, 제31회 리우올림픽의 화려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본 사람들이 환영하는 대회가 아니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예정된 대회 개막식에 맞춰 도내 곳곳에서 올림픽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사이타마현에 사는 한 시위 참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많은 사람이 직장과 집을 잃었다. 누굴 위한 올림픽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림픽 외교'도 삐걱거렸다. G20 국가 중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낸 곳은 2024년 차기 올림픽(파리) 개최가 예정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뿐이었다. 참석에 관심이 쏠렸던 문재인 대통령은 불참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대신 보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명예총재인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 선언을 했지만, 마사코 왕비를 동반하지 않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번 대회에는 205개국, 1만50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은 29개 종목, 355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금메달 7개, 종합 순위 10위 이내를 목표로 내걸었다. 개막식에는 남자 수영 황선우와 여자 배구 김연경이 기수를 맡았고 경기 임원 6명에 선수 24명, 총 30명만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