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포수, 동생은 투수. 그러나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추지 않았다. 둘은 상대 선수로 만났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코에서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와 샌디에이고 경기가 펼쳐졌다. 7월 초 이후 처음 만난 두 팀의 맞대결은 ‘형제의 대결’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필라델피아 선발 투수로 나선 애런 놀라(28)는 샌디에이고의 5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한 오스틴 놀라(33)와 형제다. 두 선수는 MLB 데뷔 후 처음으로 투·타 맞대결을 가졌다.
동생이 더 빨리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4살 동생 애런 놀라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돼 1년 만에 MLB에 데뷔했다. 형 오스틴 놀라는 2011년 마이애미에 5라운드 지명을 받아 8년이 지난 2019년에 아메리칸리그 시애틀 소속으로 MLB에 데뷔했다. 지난 시즌 도중 샌디에이고로 옮겨 2년 만에 같은 내셔널리그에서 만나게 되었다.
2회 말 형제의 첫 대결이 이뤄졌다. 동생 놀라는 형 놀라를 상대로 초구부터 95.2마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95.9마일로 더 빠르게 2구째를 던져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3구째 96.2마일(154.8㎞) 강속구를 던져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MLB.com의 사라 랭스 기자에 따르면 동생 놀라가 던진 3구째 포심 패스트볼은 MLB 데뷔 후 3번째로 빠른 구속이었다.
5회 말 두 번째 대결에서 2루 뜬공으로 물러난 형 놀라는 세 번째 타석에서 출루에 성공했다. 1-1 동점이던 7회 말 2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선 형 놀라는 놀라의 변화구에 속지 않으며 볼넷을 얻어냈다. 팀의 역전 주자가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후속 타자 에릭 호스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형제의 대결은 여기까지였다. 9회 말 3-1로 앞선 상황에서 동생 놀라가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어 바뀐 투수 이안 케네디를 상대로 형 놀라는 초구부터 안타를 생산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동생 놀라가 우위에 섰다. 동생 놀라는 7회 말 선두타자 트렌트 그리샴이 1루수 실책으로 출루하기 전까지 퍼펙트게임을 이어갔다. 형제는 타석에서 나란히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투수가 본업인 동생 놀라가 삼진 2개로 형보다 한 개 더 많았다.
경기 후 동생 놀라는 형에게 강속구를 던진 것에 대해 “조금 더 힘이 났을 수도 있다”라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항상 서로 맞대결을 펼치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정말 믿을 수 없다. 특별하고 즐거운 하루였다”고 말했다. 형 오스틴 놀라에 대해서도 “그는 멋진 남자다”라고 말했다.
놀라 형제의 아버지인 A.J. 놀라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형제 맞대결을 지켜봤다. 그는 경기 중 현장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순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MLB 무대에서 맞붙는 순간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나는 이 모든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감격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