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5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유망주였다. 빼어난 신체 조건(키 189㎝·몸무게 105㎏)을 갖췄고, 묵직한 직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입단 5년차까지는 미완의 대기로 남았다. 어깨 부상에 시달린 탓이다.
올 시즌 김민우는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새로 부임한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은 마운드 리빌딩을 이끌 선두 주자로 김민우를 낙점했다. 외국인 투수들 대신 그를 2021시즌 개막전(KT전) 선발 투수로 내세우기도 했다.
김민우는 믿음에 부응했다. 5월까지 등판한 10경기에서 6승을 거두며 다승 부문 리그 공동 1위를 지켰다.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7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0승을 거뒀다. 2015년 안영명(현재 KT) 이후 6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한화 소속 토종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사령탑은 김민우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조건은 볼 배합 개선. 수베로 감독은 "김민우가 주 무기 포크볼에 의존할 때가 있다. 그동안 좋은 성과를 안겨준 공이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직구를 믿고, 더 많이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 단계 발전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 시즌 김민우가 기록한 포크볼 구사율은 33%다. 직구(44.2%)와 비슷한 수준이다. 10승을 거둔 4일 KIA전에서도 포크볼을 결정구로 삼진 3개를 잡아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이 구종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포크볼의 제구력이 조금만 흔들려도 고전한다. 상대 타자가 김민우의 볼 배합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그래서 수베로 감독은 직구 구사율을 높여서,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길 바란다.
김민우는 아직 성장 중인 투수다. 수베로 감독은 "김민우는 자신이 한화 선발진의 1선발이라는 것을 잘 받아들였고, 자리와 역할에 맞춰서 성장하고 있다"라며 칭찬한 뒤 "이미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느끼고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 스스로 포크볼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를 도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우가 1선발로 자리 잡고, 수준급 외국인 투수들을 보유하면 한화도 마운드 재편 초석을 다질 수 있다. 현재 1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경험을 쌓고 있는 신인 투수 김기중이 성장하고, 1차 지명으로 뽑은 고교 야구 '최대어' 문동주(광주진흥고)가 기대만큼 탁월한 자질을 증명한다면, 리빌딩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