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완(36·KIA 타이거즈)은 지난해 5월 28일, 개인 통산 208번째 홈런을 때려냈다. 타이거즈 구단 프랜차이즈 선수 중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김성한 전 감독의 207개였다.
나지완은 이후 출전한 2020 정규시즌 117경기에서 홈런 13개를 추가하며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록을 221개로 늘렸다. 250홈런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이 기록은 221개에서 멈췄다. 나지완은 올해 단 1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프로 데뷔 14년 만에 겪는 굴욕이다.
부상 탓이다. 개막 첫 달부터 왼쪽 내복사근 부상을 당해 2달 넘게 이탈했다. 6월 22일 복귀전을 치렀지만 6일 만에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다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시즌 막판 복귀했지만, 떨어진 실전 감각 탓에 부진했다. 스트레스성 안면 신경 마비 증세까지 생겼다.
나지완은 2021 정규시즌 3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커리어 최저 타율(0.160)·안타(13개)·홈런(0개)·타점(7개)을 기록했다. 하필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재취득을 앞두고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나지완은 결국 FA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KIA 구단 관계자는 "선수는 FA 자격을 신청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많이 자책하더라"고 전했다.
1985년생 나지완은 내년에 서른일곱 살이다. 부상이 없어도, 기량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지도 좁아졌다. KIA는 FA 외야수 나성범과 계약할 가능성이 크다. 새 외국인 타자도 외야수로 물색 중이다. 통산 3할대 타율을 기록한 고종욱도 합류했다.
김종국 신임 KIA 감독이 정한 방향성도 나지완에게는 불리하다. KIA는 올해 약한 공격력 탓에 9위까지 떨어졌다. 김 감독은 기동력 야구로 득점력을 회복할 계획이다. 주루나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외야수가 먼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나지완이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자리는 지명타자뿐이지만, 이미 팀 간판타자 최형우가 지키고 있다. 2022 정규시즌 초반에는 대타로 기용될 활용이 높다.
나지완은 두 번(2009·2017시즌)이나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선수단 리더이기도 하다. 구단도 고급 선수 예우에 박하지 않다. 나지완이 이름값에 걸맞은 기량을 회복한다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임무를 부여할 전망이다.
멈췄던 타이거즈 구단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은 몇 개 더 늘어날 수 있을까. 위기에 남자 나지완의 2022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