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을 마친 뒤, 고진영(27)은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향후 계획에 대해 “한국에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을 할 생각”이라면서 “골프를 좀 쉽게 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5승을 거두고, 개인 시즌 첫 대회에서도 우승해 여자 골프 세계 1위의 면모를 보여줬던 고진영이지만, 여전히 그는 배가 고픈 듯 했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의 경기력은 지난해 하반기처럼 견고했다. 얼마나 강한 경기력을 펼쳐보였는지는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고진영의 그린 적중률은 94.4%, 18개 홀 중에서 단 1차례만 그린을 놓쳤다. 특히 막판 6개 홀에서 5개 버디를 잡아냈다. 그만큼 막판 집중력이 대단했다. 다른 선수들이 한두번씩 흔들리는 사이에 고진영은 자신만의 플레이를 집중했고, 경쟁자들을 넘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부담감을 안고서 경기를 치렀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보유하고 있던 최장 연속 60대 타수 라운드 기록(14라운드)과 최장 연속 언더파 라운드 기록(29라운드)에 나란히 도전했다. 무엇보다 시즌 첫 대회였다. 실제로 대회 1라운드에서 고진영은 초반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막판 회복해 힘겹게 기록을 이어갔다. 그래도 평정심을 찾고서 다시 자신만의 강점을 선보였다. 고진영은 우승 직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플레이를 잘해서 기록을 깰 수 있었다. 압박감 속에서 경기를 했고, 그걸 깨면서 내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고진영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지만, 정작 본인은 더 큰 꿈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골프를 좀 쉽게 치면 좋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난 완벽주의자다. 아직도 필요한 게 많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그는 여전히 더 많은 우승으로 세계 1위를 오랫동안 지키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지금도 끊임없는 노력과 실험으로 자신에게 맞는 스윙을 찾는데 매진하고 있다. 고진영은 이번 주 열릴 혼다 타일랜드엔 나서지 않고, 이달 말 열릴 JTBC 클래식 출전 계획을 잡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