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장필준(34·삼성 라이온즈)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늘어난 구종이 그 증거다.
장필준은 현재 5선발 테스트를 받고 있다. 시범경기 내내 후배 양창섭(23)과 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23일까지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38(8이닝 8피안타 3실점)을 기록,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장필준은 불펜이 익숙하다. 2015년 1군 데뷔 후 통산 308경기 중 304경기(98.7%)를 불펜으로 뛰었다. 선발 등판 경기가 고작 4경기. 이마저도 2020년 10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5이닝 2실점)이 마지막이다. 대부분의 데이터를 불펜 투수로 쌓았는데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셈이다. 그는 "낯설긴 한데 생소한 느낌은 아니다. 예전에 했던 기억이 있어서 어색하거나 그런 건 덜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필준은 겨우내 변화를 선택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장필준의 직구(61.8%) 슬라이더(22.4%) 비율은 84%를 넘겼다. 이따금 포크볼(8.5%)과 커브(4.7%)도 던졌지만 사실상 투 피치에 가까웠다. 불펜 투수로는 큰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 투수는 다르다. 긴 이닝을 소화하려면 다양한 구종이 필수적이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장필준은 시범경기 동안 여러 구종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21일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에선 직구(포심 패스트볼) 비율이 8.1%(74구 중 6개)로 현저히 낮았다. 대신 투심 패스트볼(44개)과 컷 패스트볼(14개) 위주로 타자를 상대했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던 슬라이더를 아예 던지지 않고 변화구로 체인지업을 섞은 것도 눈에 띄었다. "너크볼을 제외하면 다 던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투구 레퍼토리를 확장했다.
장필준은 "(새롭게 장착한) 구종이 완벽하지 않아서 연습하고 있다. 딴 게 어디 있나, 매일 연습"이라며 "이전에도 (여러 구종을) 던지긴 던졌다. 하지만 구종 가치에 빗대어 보면 수준급도 아니고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필준은 최근 두 시즌 '위기의 남자'였다. 지난 시즌에도 41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이 7.27로 높았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2.11로 낙제 수준이었다. 선발로 보직을 전환하는 건 사실 달가운 내용이 아니다. 그만큼 불펜에서 보여준 신뢰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너무 좋지 않아서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안 되더라. 고민을 많이 했다"며 "(선발 경쟁하는 상황을) 어떻게 보면 즐기지 못할 수 있는데 즐기고 싶다. 항상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