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최대 115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한 김현수(34)는 변함없이 LG 트윈스의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다.
'우승 후보' LG는 2022시즌 산뜻하게 출발했다. 정규시즌 개막 후 5연승의 신바람을 타고 있다. 탄탄한 마운드와 함께 승부처에서 공격과 수비의 집중력이 좋다. 다만 100% 전력은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출루율 1위 홍창기와 4번 타자 채은성이 나란히 허리 통증으로 빠져 있다. 기대를 모은 새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는 타격 부진 속에 타순이 7번까지 내려간 상태다.
그런데도 LG는 신바람 행진 중이다. 김현수가 중심타선을 이탈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덕분이다. 해결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 6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1-1로 맞선 연장 11회 초 결승 솔로 홈런을 쳤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키움 박주성의 초구 바깥쪽 143㎞ 직구를 잡아당겼다. 키움 히어로즈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는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부터 홈런을 직감하고, 단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은 채 물끄러미 타구를 바라볼 뿐이었다. 비거리 125m의 대형 홈런이다.
하루 전인 5일에도 귀중한 홈런을 쏘아올렸다. LG는 8회 말 푸이그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5-4 한 점 차까지 쫓긴 가운데, 김현수가 9회 초 2사 2, 3루에서 우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마무리 고우석의 등판을 아끼는 호쾌한 한방이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김현수는 역시 김현수다"라고 칭찬했다. 시즌 초반부터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베스트 라인업 구성이 무산됐지만 김현수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김현수는 8일 경기에서 5회 쐐기 솔로 홈런을 뽑아, 홈런 부문 단독 선두(3개)로 치고 나갔다. 올 시즌 5경기에서 타율 0.333, 3홈런, 6타점을 기록 중이고 득점권 타율은 0.400로 높다.
김현수의 최대 강점은 꾸준함이다. 최근 세 시즌 연속 140경기 이상 출전, 평균 600타석 이상 소화했다. 이 기간 LG는 세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봐도 마찬가지다. 주전으로 도약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일정의 96%(1634경기 중 1570경기 출전, 2016~2017년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소속)를 소화했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할 때 김현수는 계속 그라운드를 밟으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
'타격 기계'라는 별명에 걸맞게 통산 타율은 0.319로 높다. 1982년 KBO리그 출범 후 통산 30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가운데 타율 6위에 올라 있다. 2020년 득점권 타율 1위(0.446)였고, 지난해엔 결승타 1위(19회)에 올랐다. LG가 4+2년 최대 115억원에 김현수를 다시 붙잡은 이유다.
올 시즌부터 3년간 찼던 주장 완장을 후배 오지환에게 넘겼지만 팀을 생각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김현수는 지난 5일 고척 키움전 1-3으로 뒤진 4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기습번트 안타를 기록했다. 상대가 수비 시프트를 가동하자, 비어있는 3루쪽으로 번트를 시도해 허를 찔렀다. 김현수는 이후 송찬의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추격의 발판을 놓았다. 대개 중심타자는 자존심이 강해 기습번트를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현수는 '팀'을 먼저 생각해 쉽게 하기 힘든 선택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는 "선두타자 출루가 필요했다. 오늘처럼 번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다음에도 시도할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류지현 감독은 "팀의 주축 고참 선수들이 헌신적인 플레이를 해주면 벤치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고마워했다.
LG로선 그 누구보다 김현수의 빈 자리를 상상하기 싫다. 그라운드에서 활약은 물론 팀의 정신적 지주로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LG의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LG는 팀 창단 후 가장 많은 금액을 FA 계약(김현수, 박해민 4년 총 60억원)에 투자했다. 그는 "지금 우리 흐름이 좋은 것 같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는데 이런 좋은 사이클이 길게 이어져야 한다. 요즘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 앞으로 더 많이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