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23)가 거인 군단의 중심타자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8년 롯데 1차지명으로 입단한 한동희는 이대호의 경남고 후배다. 선배처럼 장타력을 갖춰 '리틀 이대호'로 통했다. 이대호도 "한동희가 언젠가 4번 타자를 맡아줘야 한다. 동희가 미쳐서 롯데 타선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며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2018~19년 1군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한 한동희는 최근 2년 연속으로 17홈런을 쏘아 올리며 성장했다.
올 시즌은 출발이 아주 좋다. 21일 기준으로 타율 2위(0.414) 홈런 공동 1위(4개) 타점 6위(12개)에 올라있다. 장타율(2위·0.707)과 출루율(3위·0.462)을 합한 OPS는 1.169로 2위다. 지난주 5경기에서는 타율 0.444,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4월 둘째 주 MVP로 한동희를 선정했다. 그는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다"라고 반겼다.
한동희는 '리틀 이대호'라는 별명에 대해 "(이대호 선배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이지 않나. 나한테 과분하면서도 영광스러운 별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단 때만 해도 이대호 선배님이 엄청 무서워 보였다.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나를 먼저 챙겨주셨다. 집으로 초대해 식사도 함께했다. 경기 끝나고 밥도 잘 사주는 선배"라고 전했다.
이대호도 한동희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해외 개인 훈련에 데려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타민도 챙겨준다. 한동희는 "이대호 선배님이 매일 드시는 비타민을 내게도 챙겨준다. 그 영향을 받아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한동희는 지난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이대호가 주는 비타민을 먹고 이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고 한다. 한동희는 "이대호 선배님이 다음날(13일) '어제 내가 준 비타민 먹고 홈런 치지 않았나. 다음에는 비타민 안 먹고선 홈런 쳐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또 달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2001년 입단 후 롯데를 상징해온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한동희는 "지난 5년간 선배님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올해가 마지막 기회여서 더 많이 배우려고 한다. 무엇보다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 항상 옆에 붙어 다닌다. 마지막 스프링캠프에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며 웃었다.
롯데는 한동희가 이대호처럼 팀의 거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한동희도 "올해 최대한 많은 홈런을 때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겨울 부산 사직구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변모했다. 타자 입장에선 홈런을 치기 더 까다로운 환경이 됐다. 한동희는 리모델링 후 사직구장 1호 홈런을 포함해 홈 경기에서만 홈런 3개를 뽑았다. 그는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다"며 "어차피 잘 맞은 타구는 넘어간다. 또 내 장점은 빠른 타구 스피드에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 치면 장타도 따라올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7번으로 시작한 그의 타순이 5번을 거쳐 3번까지 올라왔다. 중심타선에 진입한 한동희는 이대호가 오랫동안 지켜온 4번 타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한동희는 "대호 선배는 몇 년 더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은퇴하신다니 아쉽다. (내가) 더 잘해서 팀이 가을야구를 하고, 선배를 웃으면서 보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