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이 무너졌던 한화 이글스에 솟아날 구멍이 나타났다. 구원 전환 후 마무리로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장시환(35) 덕분이다.
지난해부터 리빌딩을 진행한 한화는 불펜진에 믿을 수 있는 카드가 적었다. 통산 197세이브 130홀드(2021시즌 기준)를 기록했던 마무리 정우람과 통산 27홀드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던 셋업맨 강재민이 전부였다. 올 시즌 초에는 그마저도 활용할 수 없었다. 강재민은 스프링캠프 막판 팔꿈치 염증이 생겨 시범경기부터 등판하지 못했다. 정우람이 6경기 1.80으로 분전했지만 어깨 통증을 느끼면서 지난 19일 말소됐다.
자칫 불펜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었지만, 임시 마무리 장시환이 새로운 수호신으로 팀의 상승세를 지켜내고 있다. 장시환은 지난 2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22일 대전 SSG 랜더스전, 26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3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무실점보다 주목할 부분은 투구 내용이다.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혔던 제구 난조가 보이지 않는다. 3경기 모두 볼넷 없이 삼자범퇴로 '퍼펙트 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해 19경기(선발 16경기)에서 11패 평균자책점 7.04로 부진했던 시즌 성적도 올해는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180도 변신했다. 뒷문이 탄탄해진 한화도 2연속 위닝 시리즈를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그의 달라진 제구력에 주목했다. 수베로 감독은 "장시환은 작년보다 스트라이크를 더 던지고 있다. 공격적인 투구와 최상급의 구위가 잘 맞아떨어져 호투하고 있다"며 "선발로 던지던 지난 시즌에는 올해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져주지 못했고 그러니 성적이 따르지 못했다"고 달라진 이유를 전했다.
제구가 되니 최대 장점인 구위가 살아났다. 수베로 감독은 "장시환은 좋은 직구, 커브와 체인지업을 지녔다. 포 피치가 가능해 선발과 불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투수"라며 "다만 작년 선발로 등판할 때에는 초반 몇 이닝을 잘 던지다가 상대 타순이 돈 이후로 좋지 못했다. 그래서 이닝을 짧게 소화하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보직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선수에게도 이를 공개하고 함께 논의했다. 올해는 중간 투수로 등판하게 될 것이라고 그에게 전했다. 논의 과정을 거쳐 장시환을 셋업맨으로 등판시켰는데, 그가 기회를 굉장히 잘 잡았다. 이제는 마무리까지 잘 해주고 있다"고 했다.
제구의 비결은 멘털이었다. 장시환은 "이지풍 코치님 역할이 컸다. 시범경기 때 부산에서 크게 부진했던 경기가 있었는데 그 다음날이 쉬는 날이었다. 그때 이지풍 코치님께 멘털 트레이닝을 받았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에게 맞는걸 두려워하면 안된다,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게 아니라는 내용이었다"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 때 이지풍 코치님이 다가와주셔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뒷 이야기를 전했다.
장시환의 마무리 보직은 당분간 더 지켜질 전망이다. 셋업맨 강재민이 25일 1군에 합류했으나 수베로 감독은 "등판 난이도를 천천히 올리겠다"며 필승조 기용은 미루겠다고 밝혔다. 복귀전인 27일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필승조 기용은 천천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