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들은 올 시즌 초 고군분투했다. 외국인 선발 투수 라이언 카펜터(팔꿈치 통증), 닉 킹험(상완근 염좌)이 모두 말소됐다. 여기에 시즌 초 6경기 평균자책점 1.80으로 호투하던 마무리 정우람도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셋업맨 강재민까지 시범경기부터 이탈했던 한화는 선발도, 뒷문도 구멍을 낸 채 버텨야 했다.
무너질 수 있었지만, 지켜냈다. 지난 2주 동안 한화 불펜진은 김범수(ERA 0) 윤호솔(ERA 1.42) 장시환(ERA 0) 김종수(ERA 0) 주현상(ERA 3.86) 등이 모두 호투했다. 이닝 이터 두 사람이 빠진 상황에서 대체 선발들이 5이닝도 소화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지만, 불펜진이 버텨냈다.
특히 대체 마무리 장시환이 마운드의 중심을 지켰다. 장시환은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에게 멘털 트레이닝을 받았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에게 맞는 걸 두려워하면 안된다,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게 아니라는 내용이었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필요할 때 다가와 주셔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지니 구위와 팔색조 변화구가 빛을 발했다. 마무리 전환 후 볼넷은 19일 롯데전에서 허용한 2개뿐이다. 장시환이 마무리를 지켜주는 사이 기다리던 셋업맨 강재민도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한화가 기다리던 필승 공식이 드디어 갖춰졌다.
지난 1일 경기에서도 뒷문의 힘이 빛났다. 선발 등판한 박윤철은 4이닝(1실점) 소화에 그쳤다. 그러나 이민우, 강재민, 김범수, 윤호솔이 모두 1이닝 무실점으로 계투 임무를 완수했고, 마무리 장시환이 화룡점정으로 무실점 세이브를 거뒀다. 이날 승리 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꼽은 수훈갑도 불펜진이었다.
뒷문이 힘을 더한 한화는 시즌 10승 16패(9위)에 머물러 있지만, 기세가 좋다. 최근 네 번의 시리즈에서 세 번의 위닝 시리즈를 거뒀다. 10위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두면서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중위권과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8위 KIA 타이거즈와 0.5경기, 7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단 1경기 차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