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0·토트넘)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5대리그 단일 시즌 20호 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리버풀과 벌인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11분 손흥민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후반 29분 루이스 디아즈에게 동점 골을 내줬다. 승점 1을 획득한 리그 5위 토트넘(승점 62·19승 5무 11패)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쟁을 이어갔다.
역시 손흥민은 에이스였다. 0-0이던 후반 11분 해리 케인이 왼쪽 측면의 라이언 세세뇽에게 패스를 내줬다. 세세뇽은 문전에 있던 손흥민에게 공을 건넸다. 손흥민은 침착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게겐 프레싱(전방 압박)’으로 전반 공 점유율 64%를 가져갔던 리버풀을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 리버풀의 5연속 홈 경기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도 깨뜨렸다.
커리어 첫 유럽리그 20호 골 고지를 밟은 손흥민이다. 201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유럽리그에 데뷔한 그는 2012~13시즌 리그 12골을 넣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같은 리그의 레버쿠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에도 손흥민은 두 시즌 동안 리그 10골, 11골을 넣었다.
2015년 토트넘 이적 후에는 첫 시즌을 제외하고 여섯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에는 22경기 만에 리그 10호 골을 넣었다. 직전 레스터 시티전에서 19호 골을 넣어 차범근 전 감독과 함께 갖고 있던 한국 선수 유럽리그 단일 시즌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고, 이날 20호 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5대리그 20호 골을 기록하는 역사를 썼다.
리그 20호 골을 넣은 손흥민은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흐(리버풀·30·22골)를 추격했다. 살라흐는 이날 3개의 슛을 시도했으나 유효 슛 없이 무득점에 그쳤다. 반면 손흥민은 2개의 슛(유효 슛 1개)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리그에서도 살라흐는 124개의 슛(유효 슛 57개) 중 22골을 넣었지만, 손흥민은 68개의 슛(유효 슛 41개)을 날려 20골을 넣었다.
손흥민과 ‘골든부츠(득점왕)’을 놓고 겨루는 살라흐는 22골 중 5골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8골 중 3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었다. 반면 손흥민은 순수 필드골로만 20골을 달성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2012~13시즌 가레스 베일(21골) 이후 토트넘 소속 두 번째로 페널티킥 없이 리그 20호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리버풀과 안필드에서 경기하는 건 쉽지 않다”고 소감을 전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손흥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흥민은 “리버풀은 현재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다. 우리는 때로는 수비가 필요했고 오늘 잘했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후반에 5-4-1 전술로 리버풀 원정을 치렀다.
토트넘은 오는 13일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를 치른다. UCL 진출을 가리는 ‘빅 게임’이다. 손흥민은 “분명히 (UCL 경쟁이) 내 득점보다 중요하다. 난 항상 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내가 골을 못 넣어도 된다. 나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기를 원한다. 그것이 우리 팀의 명확한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