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주말 3연전 3차전이 열린 26일 잠실구장 원정팀 라커룸 앞.
KIA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박준표(30)는 전력기획팀 일원과 최근 몇 경기에서 나타난 투구 내용을 상의하며, 더 효과적인 타자 공략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짝이는 눈과 열린 귀로 얘기를 듣다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 구종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전했다.
박준표는 2019시즌 15홀드 2020시즌 11홀드를 기록하며 '호랑이 군단' KIA의 허리진을 든든하게 지켜준 투수다. 올 시즌 1군 첫 등판은 지난 21일에야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그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박준표는 한층 가벼워진 몸 상태로 공을 뿌렸다. 복귀전(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회 초 2사 뒤 등판해 한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고, 24·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3분의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연속 경기 홀드를 기록했다.
25일 경기에선 셋업맨 임무를 소화했다. KIA는 7회 초 공격에서 3득점 하며 8-5, 3점 차로 달아났지만, 이어진 수비에서 이준영이 연속 출루를 허용하는 등 1사 1·3루를 내주며 추격당했다. 박준표는 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초구에 양석환을 뜬공 처리하며 상대 기세를 꺾었다. 그사이 3루 주자는 태그업 뒤 득점했지만, 박준표는 강승호를 상대로 남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는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만큼 현란했다. 타자의 스윙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의 낙폭과 로테이션도 일품이었다.
김종국 KIA 감독은 6월 돌입 뒤 선수단 체력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4·5월 예상 밖으로 기복을 보인 필승조 관리는 더 철저하다. 지난주에도 마무리 투수 정해영, 셋업맨 장현식에게 휴식을 줬다.
아직 페넌트레이스가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김종국 감독은 멀리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준표가 지원군으로 당도했고,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불펜진에 옆구리 투수 1명이 늘어난 점도 반갑다. 다른 사이드암 투수 윤중현은 스윙맨 역할을 하고 있다. 박준표는 경기 후반 1이닝을 맡길 수 있는 투수다.
박준표는 2019~2020시즌 소화한 107과 3분의 2이닝에서 자책점 22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84. 리그에서도 정상급 불펜 투수의 성적이다. 그가 올 시즌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면, KIA 불펜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