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마무리 홍건희(30·두산 베어스)가 성장통과 믿음 속에 진짜 클로저로 성장하고 있다.
홍건희는 올해로 두산 3년 차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된 후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그는 지난 2020년 두산으로 이적 후 필승조 불펜으로 각성했다. 2020년 3승 4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7를 기록했던 그는 지난해에는 6승 6패 17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79로 셋업맨으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올해는 한층 더 임무가 막중해졌다. '1년 차' 마무리가 됐다. 지난 5월 11일 기존 마무리 김강률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임시 마무리를 맡은 홍건희는 김강률이 돌아온 후에도 부진하면서 고정 마무리가 됐다.
시즌 성적표만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1승 4패 5세이브 9홀드를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이 4.81에 달한다. 나름대로 꾸준했지만 몇 차례 있었던 부진 탓이다. 4월 평균자책점 5.65로 부진했던 그는 이후 5월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6월에도 6경기에서 1실점만 내주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주춤하다. 지난 22일 SSG 랜더스전에서 1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승패가 기울어진 상황에 등판했다가 대거 4실점을 허용하며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만족스러울 수 없는 성적이지만, 두산 벤치의 신뢰는 굳건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신용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길게 코멘트하지 않는다. 홍건희 역시 마찬가지다. 권명철 두산 투수 코치도 "홍건희는 우리 팀의 마무리투수 아닌가. 지난해 거둔 성적도 있고, 김강률이 빠진 상황에서 뒷문 책임질 수 있는 가장 듬직한 카드"라며 "한두 경기 결과에 연연할 단계는 아니다. 26일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등판한 것은 22일 인천에서의 등판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권 코치는 "홍건희가 그날 던지지 않았으면 5일을 쉬게 돼 등판이 필요했다. 본인도 의사를 밝혔고, 감각 유지 차원에서 일요일 경기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무리 홍건희는 자신의 임무를 꽤 잘 수행하는 중이다. 페이스를 찾은 5월 이후 WPA(승리 확률 기여도)에서 음수를 기록한 경기는 단 두 번(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하다. 권명철 코치의 말처럼 26일 경기는 승패와 상관없는 실점이었을 뿐이었고, WPA 역시 전혀 변동이 없었다. 평균자책점은 구원 투수 중 44위지만, WPA에서는 15위(0.77)로 팀 내 1위를 기록 중이다.
홍건희 역시 주변의 믿음을 느끼고 있다. 그는 "두산에 오기 전까지 주변으로부터 '구위가 타고났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꽃피우지 못했다. 두산에 와서 김태형 감독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믿고 따랐던 게 잘 돼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지금 방식처럼 하면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