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와도 필승조고 마무리다. 키움 히어로즈가 김재웅(24)을 쉬게 하고도 이승호(23)의 호투로 깔끔하게 승리를 챙겼다.
키움음 3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선발 최원태의 5이닝 1실점 호투도 빛났지만 1이닝씩 4이닝을 틀어막은 불펜진의 힘도 컸다. 오른손 셋업맨 문성현과 마무리 김재웅이 최근 연투로 휴식을 부여받았던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더 컸다.
두 사람 대신 9회를 맡은 건 왼손 셋업맨 이승호였다. 그는 이날까지 시즌 36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8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 중이다. 김재웅(평균자책점 0.70)에는 미치지 못해도 어느 팀 마무리에도 뒤지지 않는 성적표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도 9회 초 등판해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내며 10호 세이브를 올렸다. 데뷔 첫 기록이다.
경기 후 만난 이승호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다치지 않고 잘하고 싶다. 보직은 먼저 던지거나 나중에 던지거나 정도의 차이다. 9회 등판에도 적응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제 마무리를 처음 했을 때의 압박은 느껴지지 않는다. 중간 계투와 똑같이 느낀다"고 말했다.
뒤가 없는 마무리 투수에게 한 이닝 첫 타자는 단순한 타석 하나 이상이다. 이승호는 "첫 타자를 상대할 때는 무조건 이 타자는 안 내보낸다고 생각한다. 구석 구속을 보고 던진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다. 힘이 좋은 타자는 힘으로 눌러보고, 힘이 통하지 않는 타자라면 코너웍에신경 쓴다"고 전했다.
키움은 최근 때아닌 '감독 징크스'를 겪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마운드에만 오르면 전승 중이다. 이승호는 "감독님이 제 등판 때 자주 오셨다. '주자를 안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이 올라오신 후 내가 막고 내려가게 될 때면 '감독님께 정말 그런 힘이 있나 싶기도 하다"고 웃었다.
키움은 리그 최고 불펜(2일 기준 팀 구원 평균자책점 3.02)을 앞세워 우승을 노린다. 이승호는 "경기만 봐도 팀원들 모두가 잘 막고 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잘 던지고 있다"고 했다. 키움이 7회 리드 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점(42승 1무)을 묻자 "중계화면에 나오니 알고 있다. (기록이 깨질까 봐) 불안한 느낌은 없다"며 "어느 순간부터 막는 게 당연한 느낌이라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안 든다"고 말했다.
이승호에게 2019년과 팀 전력을 비교해 물었다. 당시 정규시즌 3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했던 키움은 박병호, 김하성, 서건창 등 전력을 두루 갖췄다. 반면 올 시즌 철벽 불펜을 보유한 점은 같지만, 당시 있었던 주축 타자는 이정후와 김혜성 정도다. 그러나 이승호는 "개인적으로 그때와 똑같은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마음, 한뜻으로 다들 잘하고 있다"며 "전력은 그때가 더 좋다지만, 결과(승률)는 지금도 좋지 않나"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목표는 당연히 1등"이라며 "우승에 대한마음도 있고 욕심도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