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본점에 다니는 K 씨는 출근해 자리에 앉으면 배달앱 '땡겨요'를 켠다. 앱에서 '카페스윗'을 찾아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다. 잠시 후 땡겨요에서 푸시 알람이 온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면 배달 로봇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건넨다.
1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최근 본점 엘리베이터를 리뉴얼하고 지난 4월부터 직원들을 위한 로봇 음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다양한 디지털 체험 환경을 구성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언택트 환경에서 직원들이 보다 편안하게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사무 공간 운영을 위한 서비스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신한은행 본점을 방문하니 엘리베이터에 배달 로봇이 직원들과 함께 탑승해 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처음에는 신기한 반응이었다면, 지금은 익숙해진 모습"이라고 했다.
배달 로봇은 본점 15층에 있는 '카페스윗'부터 출발한다. 카페스윗은 청각 장애인의 전문 직업 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청각 장애인 일자리 카페다.
신한은행은 카페 운영 공간 무상 제공, 매월 커피 원두 기부, 임직원의 착한 소비 운동 등으로 발생한 수익금을 재투자해 바리스타 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지속하는 선순환 구조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카페스윗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청각 장애인 청년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는 LG전자의 '클로이'의 서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클로이에 배달 주문을 시킨 층을 직원이 입력하면, 로봇이 해당 층으로 커피를 싣고 움직인다. 로봇 배달이 가능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1시부터 4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IoT(사물인터넷) 시스템으로 엘리베이터와 연결돼 있어 클로이가 엘리베이터 층수를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오면 탑승하고 해당 층에 내리는 일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식당의 경우 단순 수평 이동만 가능한 서빙 로봇들이 사용되고 있으나, 신한은행에서 배달 중인 클로이는 직접 엘리베이터를 잡고, 타고, 층간 이동까지 가능한 고기능 로봇이다. 엘리베이터 탑승 시 사람이 많으면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청도 하고, 자리가 나지 않으면 40초 이내 탑승 불가를 인지하고 후진 대기해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똑똑한 로봇이다.
이렇게 커피 배달이 가능해진 것은 신한은행의 혁신 금융 서비스인 '땡겨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느 배달앱과 같이 땡겨요를 켜면 주변 음식점이 검색되고, 카페스윗을 찾아 주문하면 배달 주문이 접수되니 전화나 직접 15층으로 내려가지 않고도 커피를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달비도 무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팀 회의를 하거나 단체 티타임을 할 일이 있을 때, 커피를 직접 사러 가지 않고 땡겨요로 주문하기도 한다"고 했다.
단순히 보면 직원 복지 차원의 서비스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신한은행의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 의지와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의미 있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소상공인을 위해 중개수수료와 고정비를 없앤 배달앱인 땡겨요를 통해 주문을 하고(ESG+디지털) 그 커피를 신한은행이 지원하는 청각 장애인 일자리 창출 목적의 카페스윗에서 청각 장애 청년이 직접 만들어(ESG) 새로 도입된 층간 이동이 가능한 로봇(디지털)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달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핀테크가 시중은행들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보수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지고 현업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카페스윗은 연내 서울대입구와 정릉, 명동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