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주전 유격수 없이 후반기 첫 3연전을 치른다. '이적생' 만능 내야수가 대체 자원으로 떠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5월까지 리그 8위에 머물렀지만, 부상으로 이탈했던 간판타자 강백호와 새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가 합류한 뒤 저력을 발휘, 6~7월 34경기에서 22승 2무 10패를 기록하며 리그 4위까지 올라섰다. 그사이 강백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이탈했지만, 부진했던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살아나며 공격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다시 악재가 생겼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전반기 최종전이었던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타구를 처리하다가 왼쪽 신전건(손가락과 손등 사이 힘줄을 잡아주는 조직)이 손상되는 부상을 당한 것. 심우준은 중견수 배정대와 함께 KT 센터 라인 수비를 책임지는 핵심 자원이다.
심우준은 부상 부위 회복세에 따라 빠르면 내주 주중 3연전, 늦으면 8월 초 복귀 예정이다. 올 시즌 유격수로 599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한 그가 빠지면서, KT는 대체 자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1순위 후보는 이적생 장준원이다. 그는 지난 5월 21일 KT가 2023년 신인 지명권(5라운드)을 LG에 내주고 영입한 내야수다. 2014년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 지명될 만큼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이 버티고 있었던 LG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KT는 장준원을 영입하며 내야진 뎁스(선수층)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철 감독도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를 두고 "수비 활용 폭이 넓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영입 직후에는 경기 후반 수비 강화를 위해 투입되는 백업 자원으로 보였다. 그러나 장준원은 타석에서도 잠재력을 드러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97경기에서 1홈런에 그쳤지만, KT 이적 뒤에만 3홈런을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친정팀 LG전에선 멀티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선발로 나섰을 때는 타율(0.289)도 준수하다.
장준원은 주전 2루수 후보이기도 하다. 이 자리를 지켜왔던 박경수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그를 대신에 전반기 2루를 맡은 오윤석은 아직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이적 후 처음으로 5~6경기 연속 선발 출장을 보장받은 장준원은 자신이 주전을 맡을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심우준은 아직 병역 의무를 마치지 못했다. KT도 상황에 따라서는 차기 주전 유격수가 필요하다. 장준원은 두 포지션을 두고 쇼케이스를 치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