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험난한 2022시즌 전반기를 보냈다. 순위는 최하위(25승 1무 59패·승률 0.298)에 그쳤다. 지난해 활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은원, 노시환, 하주석, 최재훈 등의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 시즌 활약으로 한화가 계산이 선다고 파악했던 포지션들 대부분이 전력의 구멍으로 변했다.
반면 예상 밖의 활약을 펼친 선수도 있다. 시범경기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던 1루수는 '중고 신인' 김인환(28)의 몫이 됐다. 김인환은 전반기 58경기에 나와 타율 0.281 10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779로 활약했다. 깜짝 활약에 잠시 성적이 좋은 '플루크'라는 우려도 따랐지만, 전반기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성적을 지켜냈다. 5월 타율 0.289 OPS 0.851을 기록했던 그는 6월 타율 0.263 OPS 0.660으로 잠시 장타 생산이 멈췄지만, 7월 들어 다시 타율 0.298 OPS 0.855로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
김인환은 “시즌 초만 해도 1군에서 활약하기는커녕 콜업조차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전반기를 한 경기 한 경기 소화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나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노력의 결과물이 나온다는 생각도 든다”고 돌아봤다. 그는 "확실히 시즌 초와 지금 상대 투수들이 던지는 내용도 달라졌다. 변화구 비중이 높아졌고 실투가 줄어들었다"면서도 "상대가 내 약점을 파고들수록 단순하게 생각한다. 좋은 공이 오면 놓치지 않으려 하고, 공략하지 못해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는다. 1군 타석 경험이 쌓이면서 대처법을 익히게 된 것도 크다”고 전했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였던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김인환의 타격감을 경계한 롯데 마운드가 고의 사구 두 개를 내줬다. 당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그가 한화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인환은 "아무래도 기분 좋은 건 있다. 상대 팀에서 날 제일 컨디션 좋은 타자라고 봐준 것이지 않나. 이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게 성적이 올라왔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1994년생인 그는 2016년 육성 선수로 입단, 2018년에야 정식 선수로 등록돼 올해까지 신인왕 자격을 유지 중이다. 비율 성적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보낸 다른 신인왕 후보 전의산(SSG 랜더스)에 밀리지만, 현재 페이스라면 20홈런도 가능해 누적 성적에서 앞선다. 후반기 활약에 따라서는 신인왕 수상도 가능하다. 수상할 경우 2016년 신재영(당시 넥센 히어로즈·만 27세)을 넘어 최고령 수상자가 된다.
김인환은 “(1군에서 자리 잡은 첫해인) 올해는 기록이나 성적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1군 주전은 내 자리가 아니다. 주전이라는 건 3년에서 5년을 꾸준히 뛰어야 자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난 전반기에 잠깐 잘했을 뿐이다. 후반기에도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매 타석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의산 등 경쟁자들을 보면 수상을 떠나 내 플레이에도 자극이 된다”며 “경쟁은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내 할 것만 하면 나머지 성적이나 상은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