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위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서 8-0으로 완승했다. 타선은 총 14안타, 마운드는 무실점으로 모처럼 투·타의 조화를 선보였다. 이로써 6월 29일 대구 KT 위즈전 이후 무려 25일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삼성은 1982년부터 KBO리그에 참가한 '원년 멤버'다. 종전 최다 연패 기록은 10연패(2004년)였다. 창단 후 지난해까지 40년 동안 두 자릿수 연패를 기록한 건 이때뿐이었다. 그런데 삼성은 지난 23일 키움전까지 13연패 늪에 허덕였다.
연패 탈출의 기회를 몇 차례 날리면서 팀 분위기가 점점 나빠졌다. 지난 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1-17로 크게 졌다. 6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서는 2회까지 8-1로 앞서다가 9-10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9일 SSG 랜더스전에선 5회까지 9-4로 앞섰으나 8회 5점을 뺏겼고, 연장 승부 끝에 10-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최강 마무리였던 오승환은 지난 12일 KT 위즈전 3-2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17년 만에 연속 타자 홈런(배정대-앤서니 알포드)을 내주고 무너졌다. 후반기 첫 경기인 22일 키움전에서는 2-1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동점 홈런을 내줬다. 이날 삼성은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졌다.
13연패 기간 삼성은 역전패를 무려 8차례나 당했다. 팀 순위는 6위에서 8위까지 추락, 가을야구에서 점점 멀어졌다. 한국시리즈 정상에만 7차례 오른 명문 구단의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삼성이 24일에도 졌다면, 4할대 승률마저 무너질 위기였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오승환의 보직 변경까지 시사하며 연패 탈출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경기 전 "(오승환을) 계속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당장) 오늘 경기부터 (보직을) 바꿀 수도 있다"며 "일단은 연패 탈출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불펜을 운용할 것이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무리가 필요 없는 승리를 거뒀다. 마운드에서 신예 허윤동(21), 타선에선 베테랑 오재일(36)의 활약이 돋보였다.
허윤동은 이날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전까지 3승 2패 평균자책점 5.26을 기록한 그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했다.
2020년 삼성 2차 1라운드 5순위로 입단한 허윤동은 프로 통산 21번째 선발 등판에서 처음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탈삼진 7개는 개인 한 경기 최다기록(종전 6개)이다. 또한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최소 피안타(5이닝 이상 기준, 종전 3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5월 2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역대 9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기록한 날보다 더욱 값진 승리였다. '원투 펀치' 데이비드 뷰캐넌과 원태인도 해내지 못한 팀의 연패를 끊었다.
타선에선 4번 타자 오재일이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빛났다. 0-0이던 2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그는 키움 선발 투수 타일러 애플러로부터 2루타를 뽑았다. 이후 1사 2루에서 김재성의 2루타 때 선제 득점을 올렸다.
오재일은 3회 2사 1·2루에서 7구 승부 끝에 외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삼성은 4회에도 2사 1·3루에서 득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5회 2사 2루에서 오재일이 애플러의 투심 패스트볼(시속 144㎞)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삼성은 오재일의 시즌 14호 홈런 덕분에 3-0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6회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허삼영 감독이 퇴장까지 불사하며 항의하는 등 연이틀 보크를 지적한 양현을 무너뜨렸다. 삼성은 2사 후 이재현-오선진-김현준의 3연속 안타로 만루를 만들었고, 구자욱과 피렐라가 연속으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5-0까지 달아났다. 이어 오재일이 양현의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3타점 2루타를 날렸다.
삼성은 베테랑 강민호, 이원석이 부진으로 고민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총액 120억원에 계약한 구자욱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날이 더 많았다. 2021년 삼성과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하며 두산 베어스에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한 오재일만 몸값을 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에 이어 오재일은 타율(0.281) 홈런(14개) 타점(57개) 등에서 모두 팀 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팀이 가장 어려울 때 진가를 보여줬다.
오재일은 "한국시리즈 9회 2사 후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보다 오늘 승리가 더 벅찼다. 전광판을 바라보며 기도했다"며 "긴 연패로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커 (홈런을 쳐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