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키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안우진의 정규시즌 추가 등판 여부다. 그가 지난달 30일 SSG 랜더스전을 마치자 '정규시즌 등판을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전년 대비 워낙 많은 공(1867개→2915개)을 던진 탓에 정규시즌 잔여 2경기에서 휴식하고 포스트시즌(PS)을 대비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안우진도 "이렇게 많이 던진 적이 없어서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3위 경쟁이 초접전 양상을 보여 안우진의 정규시즌 최종전 등판 가능성이 떠올랐다. 4일 기준 키움은 3위 KT 위즈에 0.5경기 뒤진 4위.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친다. 키움으로선 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과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모두 승리한 뒤 KT의 잔여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한화전은 (에릭) 요키시가 준비하고 있다. 두산전 선발 투수는 KT의 흐름을 보고 결정할 것 같다. (안우진이 나설 가능성은) 반반으로 보시면 된다"며 말을 아꼈다.
안우진의 등판을 고민하는 건 포스트시즌 일정 때문이다. 두산전에서 '안우진 카드'를 사용하고 4위로 밀리면 휴식일이 짧아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안우진을 내세우기 쉽지 않다. 정규시즌 잔여 경기에서 안우진의 추가 등판을 피하는 게 키움으로선 최선이다. 하지만 KT의 우천순연 2경기가 9~10일 편성돼 키움이 8일까지 3위를 확정하기 어렵다. 키움이 정규시즌 일정을 모두 마치더라도 KT의 잔여 경기가 남아 순위는 유동적인 셈이다. 한화전과 두산전에서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우진은 올 시즌 리그 MVP(최우수선수)급 활약을 펼쳤다. 29경기에 선발 등판, 14승 8패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22명의 투수 중 피안타율(0.191)이 유일하게 1할대다. 피출루율(0.254)과 피장타율(0.272)을 합한 피OPS는 0.526으로 1위.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23번이나 해냈다. 선발 지표가 대부분 리그 최정상급이다. 에릭 요키시와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며 키움을 가을야구로 이끈 주역이다.
그의 위력이 발휘된 건 탈삼진이다. 지난달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역대 15번째 200탈삼진 고지를 밟았다. 국내 투수로는 2012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210개), 오른손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1996년 정민철(당시 한화·203개) 이후 처음으로 대기록을 수립했다.
안우진은 NC전 이후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2개를 추가, 탈삼진 단일 시즌 역대 5위(216개)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시즌 최종전 등판이 성사되면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 225개에 도전할 수 있다. 안우진의 올 시즌 경기당 탈삼진은 7.44개.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삼진을 잡아낸 게 다섯 차례나 된다. 산술적으로는 1996년 주형광(당시 롯데·221개)과 1983년 장명부(당시 삼미·220개)의 기록이 가시권이다. 단일 시즌 탈삼진 역대 2위 1984년 최동원(당시 롯데·223개)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키움은 여러 경우의 수를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 한화전에서 패해 3위 경쟁에서 밀려나면 두산전은 '임시 선발'로 치를 수 있다. 7일까지 KT와 승차를 고려해 안우진의 등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고형욱 단장은 "순위 싸움이 끝난 게 아니니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