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10월 8일 사직 LG 트윈스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이날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이 열린다. 롯데와 부산 야구, 나아가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었던 그가 21년 걸어온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이대호는 팀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 사인회 등 팬들과의 마지막 소통을 위해 시간을 냈다. 기자회견에서는 걸어온 야구 인생을 돌아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자신이 은퇴하기 전까지 롯데의 우승을 보여주지 못한 팬들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거듭 드러냈다.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후배들을 위해 야구팬을 향한 당부도 전했다. 한 취재진이 이대호에게 "가장 기억 남은 순간"을 묻자, 그는 "너무 많다. 특히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그렇다. 그중에서도 2006년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국이 대만과 일본에 연달아 패하며 동메달에 그친 대회였다.
이대호는 "금메달을 땄을 때 응원을 받으며 귀국할 때보다 성적이 안 좋아서 비난받았던 기억이 더 크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못했을 때 생기는 허탈감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팬들에게 알아달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전하며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는 건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의 부담감도 매우 크다. 결과가 안 좋았을 때 더 큰 위로를 해준다면, (다음 대회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대회에서 이대호가 보여준 명장면은 수없이 많다. 일본과의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예선전에서 홈런을 친 순간, 2015년 열린 초대 프리미어12 대회 일본과의 준결승전 8회 역전 적시타가 대표적이다.
그런 이대호도 국가대표팀 실패로 비난받은 적이 있고, 최고의 타자로 올라선 뒤에도 야구팬 목소리에 위축됐다. 내년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고, 9월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있다.
야구는 1등도 7할 승률을 넘기 어렵고, 최하위도 3할은 얻는 스포츠다. 당연한 금메달과 우승은 없다. 이대호의 마지막 당부를 그들의 볼멘소리로 여길 순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