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짜' 나성범(33)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치른 포스트시즌(PS) 데뷔전에서 최악의 기억을 남겼다.
나성범은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PS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안타 1개를 쳤지만, 꼭 타점이 필요한 순간은 침묵했다. 좀처럼 하지 않던 실책까지 범했다. 나성범의 야구 인생에 가장 뼈아픈 기억을 남겼다.
나성범은 리그 우익수 중 가장 강한 어깨를 자랑한다. 십자인대 부상과 수술, 재활 치료 뒤에는 다소 커버 범위가 좁아졌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한다. 리그 대표 엘리트, 모범 선수인 그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장면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면 탈락하는 경기에서 나성범답지 않은 모습이 나왔다. KIA는 선발 투수 션 놀린이 3회 말 갑자기 흔들렸고, 1사 1·2루에서 조용호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0-2로 기세를 내줬다. 놀린은 후속 타자 황재균을 삼진 처리했지만, 이어진 앤서니 알포드와의 승부에서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타구 속도가 빨랐다. 나성범이 정상 위치보다 조금 앞에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홈에서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확하게는 2루 주자 조용호가 득점 도전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타구였다.
공은 담장까지 흘렀다. 나성범이 포구에 실패했다. 실책이었다. 주자를 홈에서 잡을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용호는 득점, 타자주자는 3루까지 밟았다. KIA는 이어진 상황에서 투수를 토마스 파노니로 교체 추가 득점을 막았지만, 이닝 세 번째 실점은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투수 소형준으로부터 내야 땅볼로 아웃된 나성범은 이어진 4회 초 1사 2루에서 타석에 나서 우전 안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우전 적시타를 치며 결과적으로 득점에 기여했다.
그러나 타석에서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KIA가 2-3, 1점 차로 추격한 상황에서 나선 7회 초 2사 1·2루에서 상대 투수 김민수를 상대했지만,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낮은 코스 슬라이더에 배트를 헛돌리며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 삼진을 당했다. 경기 흐름으로는 반드시 동점 타점이 나와야 했다.
KIA는 2-6으로 패했다. KT가 선발 투수 웨스 벤자민까지 구원 투입하는 강수를 뒀고, 타선은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나성범은 가을야구에 강했다.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뛰었던 10년(2012~2021) 동안 PS만 33경기 출전했고, 통산 타율 0.325(136타수 44안타) 6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NC의 우승을 이끈 2020시즌 한국시리즈(KS)에서는 타율 0.458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진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정규시즌 막판 안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나성범은 10월 출전한 7경기 득점권에서 1할대에 그쳤다. KIA 소속으로 나선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악몽 같은 기억을 남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