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올 시즌 성적은 정규시즌 6위다.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0년 이후 2년 연속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쉬움이 큰 1년을 보냈지만,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김시훈의 발견'이 대표적이다.
개막전 엔트리에 깜짝 승선한 김시훈은 시즌을 '완주'했다. 4월 3일 데뷔전을 치른 뒤 단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시즌 성적은 59경기 4승 5패 11홀드 평균자책점 3.24. 전반기(31경기 평균자책점 4.01)보다 안정적인 후반기(28경기 평균자책점 1.44) 성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한 시즌 80이닝을 던질 거라고 생각 못 했다. 힘이 떨어질 때도 있었는데 코칭스태프에서 관리를 잘해주셔서 완주할 수 있었던 거 같다"며 "이닝에 비해 많은 볼넷(9이닝당 4.64개)이 아쉽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만족스러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김시훈은 스프링캠프만 하더라도 1군 멤버가 아니었다.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1.35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 결과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첫 9경기에선 11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순항했다. 이동욱 당시 NC 감독은 김시훈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4월 말 그의 보직을 선발로 바꿨다. 하지만 '중간계투가 더 낫다'는 판단으로 6월 초 보직을 다시 불펜으로 전환했다. 김시훈은 "전반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복잡한 게 있었다. 불펜에 적응한 뒤 선발로 이동했는데 다시 불펜으로 오니까 몸을 푸는 게 어렵더라"며 "코칭스태프에서 '네가 8회 올라가는 투수'라며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믿고 기용해주셨는데 그러면서 기록이 따라왔다"고 공을 돌렸다.
올 시즌 KBO리그 두 자릿수 홀드 투수는 26명이다. 신인은 정철원(두산 베어스·23홀드)과 김시훈 둘뿐이다. 단일 시즌 홀드 기록을 세운 정철원이 유력한 신인왕 후보지만 김시훈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83과 3분의 1이닝을 소화, 72와 3분의 2이닝을 기록한 정철원에 앞선다. 그는 "70점 정도 줄 수 있는 시즌"이라며 "프로 5년 차지만 (1군 데뷔) 첫 시즌, 두 자릿수 홀드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의식은 하지 않았다. 1군에서 공을 던지는 게 목표였고, (이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2군에 한 번도 내려가지 않는 게 또 다른 목표였다. 모두 달성했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8회 투수'라는 보직을 받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믿고 기용해주시니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김시훈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기대가 컸지만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2019년 현역으로 입대, 강원도 고성에서 군 복무까지 마쳤다. 그러면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은 더 커졌다. 김시훈은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 (몸 상태가 너무) 좋아서 내년 시즌이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년엔 어떤 모습일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