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에이스 김광현(35·SSG 랜더스)이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과 다시 만난다.
SSG는 지난 5일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3-6으로 패했다. 시리즈를 2승씩 나눠 가진 양 팀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로 돌아가 5차전을 치른다.
SSG는 좀처럼 전력과 일정의 우세함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정규시즌 키움(3위)에 9경기 앞선 1위였고,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치르고 올라온 키움과 달리 3주간의 휴식도 누렸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시리즈 전적은 2승 2패다. 5차전이 KS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에이스 김광현이 다시 나선다. 김광현은 지난 1일 1차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4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해도 자존심이 상할 만한 성적표였다.
김광현은 살아있는 구단의 역사다. 신인이었던 2007년 KS 3차전에서 당시 KBO리그 최고 에이스였던 두산 베어스 다니엘 리오스와 맞대결에서 깜짝 호투를 펼쳤다. 시리즈 2패를 먼저 당했던 SK 와이번스(SSG의 전신)는 김광현의 호투로 분위기를 바꾸더니 첫 KS 우승을 일궈냈다.
이후 세 번의 우승 장면에도 모두 김광현이 있었다. 2008년에는 팀의 우승이 확정된 5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2010년과 2018년에는 이른바 '헹가래 투수'로 마운드 위에 올랐다. 선발 보직이지만 팀 우승이 결정되는 경기 마지막에 등판해 자신의 공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2010년에는 세리머니로 선배 박경완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2018년에는 두 팔을 번쩍 들고 동료들과 팬들 앞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광현은 “정말 영광이었다. 팀을 잘 만나서 KS에 자주 출전하고, 마지막 경기에 등판하는 영광도 누렸다.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까지 세 번에 걸쳐서 KS에 나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다. 올해뿐 아니라, 은퇴할 때까지 계속 KS에 출전해 우승하고 싶다”고 웃었다.
김광현이 5차전에서 받은 임무는 2007년 KS와 비슷하다. 당시와 달리 시리즈는 동률이지만, 앞서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놓쳤다. 특히 4차전에서 SSG는 6회부터 9회까지 매 이닝 만루 기회를 만들었으나 2득점에 그쳤다. 에이스의 호투가 필요하다. 상대인 안우진은 후배지만, 구위는 당시 리오스 이상이다.
키움도 에이스에 의지하는 건 마찬가지다. 관건은 부상 회복 여부다. 안우진은 1차전 최고 시속 157㎞ 광속구를 구사했으나, 3회 손가락 물집이 터지면서 2와 3분의 2이닝 2실점만 기록하고 물러났다. 이후 시리즈 내내 그의 회복 여부에 모든 시선이 쏠렸다. 안우진은 부상 회복 후 캐치볼을 재개한 상태. 투구에는 문제가 없으나 길게 던지면 물집이 다시 터질 위험성이 남아있다. 반대로 안우진이 5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키움이 5차전에 승리한다면 단숨에 우승의 한 발 앞까지 다가설 수 있다.
시리즈가 7차전까지 길어진다면 '헹가래 투수' 김광현을 다시 볼 가능성도 있다. 이어 “6차전에는 미출전 명단에 들어가 등판할 수 없지만, 그 외에는 항상 불펜에 있으려고 한다. 항상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선택은 김원형 감독님이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