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8년 만에 4조원대에 그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버팀목인 반도체 사업은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암울한 성적표에 업계는 미래 준비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삼성전자는 위기 타개책으로 투자 정공법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95% 줄었다고 31일 밝혔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에 머문 것은 2014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DS(반도체)부문의 기록적인 부진이 뼈아팠다. 4분기 영업이익이 약 97%(8조5600억원) 급감한 270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사업의 37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가 재고 조정을 지속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신성장 동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첨단 공정 중심으로 고객처를 다변화해 최대 분기 및 연간 매출을 달성한 것은 고무적으로 봤다.
이처럼 업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자 업계는 삼성전자가 비용 효율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회사는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메모리 시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축소하거나 감산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작년 하반기 시작된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면서도 "이런 시황 약세가 당장의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올해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중장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제조 공간)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결론적으로 올해 CAPEX(설비 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53조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증설 및 공정 전환 등 반도체에 47조9000억원을 쏟았다. 투자 예상 금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