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은 19일 "마르첼로 아본단자(53)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한다. 계약 기간은 2024~25시즌까지다"라고 밝혔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18일 입국해 계약을 마무리했다. 비자 등 등록 관련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고 이끌 예정이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2일 권순찬 감독을 경질했다. 임형준 대표이사 겸 구단주 명의로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순찬 감독은 선수 기용을 놓고 구단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김연경과 김해란 등 선수들도 권 감독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흥국생명은 후폭풍에 시달렸다. 이영수 수석코치가 한 경기만에 물러났고,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은 며칠 간의 고민 끝에 사령탑 선임을 고사했다. 결국 30대 김대경 코치가 한 달 넘게 팀을 이끄는 비정상적인 체제로 운영됐다. 김대경 감독대행을 임시 지휘봉을 잡으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흥국생명 선수단은 김연경을 필두로 똘똘 뭉쳐 선두에 올랐다. 지난 15일 페퍼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물리치고 이번 시즌 처음 1위에 등극했다.
흥국생명은 새 감독 선임을 추진했다. 구단 관계자는 "봄 배구에서 감독 대행체제로 치를 순 없지 않냐?"고 했다. 다만 '국내 감독이 지휘봉을 잡겠는가?'라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 초 흥국생명의 감독 경질과 선임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감독이 선임될 경우 많은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김연경은 권순찬 감독 경질 후 첫 공식 인터뷰에서 "다음 감독님으로 (누가)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을 통해) 결국 구단에서 원하는, 말 잘 듣는 감독을 선호한다는 거 아닌가?"라고 아쉬워했다.
결국 흥국생명의 선택은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2010~2011년 반다이라 마모루에 이어 구단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에 선임됐다.
이탈리아 출신의 아본 단자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다. 1996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불가리아, 캐나다,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 라비타 바쿠, 터키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자네티 베르가모 등 세계적인 수준의 팀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구단은 "아본단자 감독은 유럽 유수의 리그에서 활약한 최정상급 감독이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유럽식 훈련 시스템을 도입해 흥국생명 배구단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앞으로 선수, 코칭스태프와 화합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과 인연도 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4년 동안 감독-선수로 함께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페네르바체를 이끌 당시 리그 우승과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을 이뤘다. 은퇴 고민을 밝힌 김연경이 향후 진로를 결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은다.
아본단자 감독은 "흥국생명 배구단의 감독을 맡아 영광이다. 한국 배구 팬들에게 인사하게 돼 기쁘다. 흥국생명의 강점과 한국 팬들이 배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흥국생명 가족의 일원이 되어 행복하며, 내 인생의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시작하게 돼 매우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