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T 위즈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박병호(37)를 영입하면서 큰 기대에 부풀었다. 홈런타자 박병호가 기존 중심타자인 강백호(24)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타선의 무게감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즌 직전 강백호가 발가락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면서 퍼즐이 깨졌다. 강백호는 시즌 중반 복귀했지만 부상 여파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박병호까지 막판 발목 인대 부상으로 빠지면서 동반 출전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예기치 못한 줄부상에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아쉬웠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두 선수는 새 시즌 다시 '호호 듀오'의 동반 폭격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는 소속팀보다 대표팀에서 먼저 나올 전망이다. 두 선수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함께 발탁됐기 때문이다. 최지만(32·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합류 불발로 이들 둘이 대표팀의 1루수 자원이다. 두 선수는 KT에서 못다 푼 한을 국제대회에서 풀고자 한다.
타선의 무게감과 폭발력을 고려한다면 두 선수는 1루수와 지명타자로 동반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수에서 안정적인 박병호가 주전 1루수로 낙점된 가운데, 강백호가 공격에 집중하는 지명타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루 수비가 가능한 김현수(35·LG 트윈스)도 있어 대타나 교체 걱정 없이 두 선수의 동반 출격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선수의 폭발력은 대표팀 연습경기에서도 증명됐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은 총 네 차례 평가전을 치렀는데, 두 선수 모두 팀의 중심타자로 선발 출전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박병호는 평가전 네 경기에서 12타수 6안타 1홈런을 때려내며 공격을 주도했고, 강백호는 19타수 6안타 2홈런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지난 24일 KT 위즈와의 연습경기에선 동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대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두 선수는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회에서 풀어야 할 한이 있다. 박병호는 지난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4번타자로 낙점됐으나, 홈런 없이 타율 0.179(28타수 5안타)에 그치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강백호도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설상가상 팀이 지고 있는 상황서 심드렁하게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두 선수는 지난 국제대회에서의 한을 WBC에서 풀고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한다.
박병호는 “(지난) 국제대회에서의 (개인)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많은 비난도 들었고, 그럴 때마다 후회가 남았다”라며 이번 대회에서의 반등을 다짐했다. 강백호 역시 “(도쿄 올림픽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책임감을 느끼며 준비하고 있다. 남은 훈련 기간 준비를 더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며 WBC 대회에서의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