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은 KBO리그 10개 구단의 공통 목표다. 주요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중요성이 매년 강조되고 있다. 최근 트레이드마다 신인 지명권이 포함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프로야구는 2020시즌부터 트레이드에 신인 지명권을 포함할 수 있도록 리그 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마냥 쉽게 볼 사안이 아니다. 모두가 원하지만 이루기 힘든 '난제'가 육성이다. 왜일까. A 구단 관계자는 "KBO리그는 선수층보다 팀당 경기 수(144경기)가 너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되면 2군에서 선수를 키우는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마이너리그처럼 3~4년을 여유 있게 기다려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나. 선수가 부족하니 1군에 바로바로 올리는 것도 빠듯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프로야구는 10개 구단 체제를 갖춘 2015년부터 팀당 경기 수가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었다. 선수층이 탄탄한 일본 프로야구(NPB)보다 1경기를 더 치른다. 경기 수를 줄이는 건 구단 수익과 직결돼 민감한 사안이지만, 현장에선 끊임없이 "경기 수가 너무 많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파리 목숨'에 가까운 구단 사장과 단장의 '수명'도 한몫한다. 선수의 성장을 기다려줄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 당장 5강 경쟁에 뛰어들어 다른 구단보다 1승이라도 더 챙기는 게 지상 목표다. 장기 플랜을 계획하더라도 실천하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전력이 약한 팀들은 '설익은' 선수들을 1군에 올려 경기를 뛰게 한다. 경험을 쌓게 한다고 포장할 수 있지만 육성 방향이 올바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B 구단 관계자는 "10개 구단 중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5위 안에만 들어도 잘했다면서 보너스를 준다. 5위 안에 들어가는 게 목적이 되니까 결국 이게 팀의 방향성이 된다"며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고 말했다.
감독 기용법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한 야구 관계자는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선수를 기용할 자리는 많아졌는데 (선수층이 좋지 않아) 2군에 마땅한 선수가 별로 없다. 여기에 감독들이 리그 성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으니 신인 기용에 소극적일 수 있다. (여유를 두지 않고 콜업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도 육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는 신인 기용을 적극적으로 할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당장의 성적을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존 선수를 쓰는 게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재계약 후 경질될 정도로 종잡을 수 없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은 졸전 끝에 1라운드 탈락했다. 호주에 이어 일본에도 패하면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특히 일본전 4-13 대패는 야구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아니더라도 오카모토 카즈마(27·요미우리 자이언츠) 마키 슈고(25·요코하마 베이스타스) 다카하시 히로토(21·주니치 드래건스)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스)를 비롯해 투·타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된 모습이었다. '육성'도 한국을 훨씬 앞섰다. KBO리그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