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는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선수에게 '카우보이 모자'를 씌워준다. 1998년 작고한 팀 창단 구단주 진 오트리가 미국의 유명한 서부 영화 배우 출신이어서 예전부터 세리머니 때 '카우보이 모자'를 활용했다.
그런데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마이크 트라웃(32)은 3일(한국시간)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린 뒤 '카우보이 홈런 세리머니'를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
사연은 이렇다. 트라웃이 홈런을 날린 뒤 후속 오타니 쇼헤이(29)가 초구를 받아쳐 '벼락 홈런'을 날렸기 때문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LA 에인절스 2번 타자 트라웃이 1-0으로 앞선 5회 말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켄 왈디척과 승부했다. 그는 시속 146㎞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2m(434피트)의 대형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트라웃에게 어김없이 '카우보이 모자'가 전달됐다. 트라웃은 모자를 쓰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영예는 오래가지 않았다. 홈런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모자를 벗어야만 했다.
오타니가 왈디척의 초구를 걷어 올려 비거리 136m(447피트)의 대형 솔로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트라웃은 허탈하다는 듯 웃으며 브렛 필립스에게 모자를 벗어줬고, 잠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오타니에게 전달됐다. 오타니는 트라웃보다 더 오래 '카우보이 모자' 세리머니를 펼쳤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일본의 마지막 투수와 미국의 마지막 타자로 명승부를 펼친 오타니와 트라웃이 백투백 홈런으로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MLB 닷컴은 "오타니와 트라우트가 공 2개로 백투백 홈런을 만들었다"고 조명했다.
LA 에인절스는 오타니와 트라웃의 홈런 3방을 묶어 6-0 완승으로 2연승을 달렸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몇 년간 더그아웃에서 다양한 장비를 활용한 홈런 세리머니를 실시한다.
KBO리그도 MLB의 영향을 받아 특별한 홈런 세리머니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왕관, 가발 세리머니 등을 펼쳐 화제를 모은 키움은 올해 카우보이 모자를 이용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팀 명을 활용해 홈런 친 선수에게 호랑이 마스크를 씌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