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종(34·키움 히어로즈)은 지난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한화 이글스의 개막 2연전의 주인공이었다. 1차전에서는 10회 말 끝내기 안타로 해결사가 됐고, 2차전에서는 4안타를 몰아쳤다. 4안타는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이다. 2018년 5월 2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1769일 만이다.
더군다나 4안타 대부분이 결정적일 때 나왔다. 첫 안타는 한 점 리드를 두 점으로 벌리는 대형 2루타였고, 두 번째 안타는 동점 상황에서 리드를 되찾는 2루타였다. 마지막 안타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됐다. 1타점 1득점이었으나 기여도는 그 이상인 이유다.
개막 시리즈의 주인공이던 이형종은 불과 지난해만 해도 1군보다 2군에 가까운 선수였다. 친정팀 LG 트윈스에서 한때 4번 타자까지 쳤으나 최근 2년 성적이 부진했다. 특히 지난해 단 26경기에만 출전해 타율 0.218 7타점에 그쳤다.
이형종이 부진한 사이 외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2021년 홍창기가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해 겨울 LG는 FA(자유계약선수)로 김현수와 재계약하고 박해민을 새로 영입했다. 국가대표급 외야수 세 명을 갖춘 데다 문성주, 이재원 등 주요 타자 유망주들도 외야수였다. 채은성과 이재원 등이 1루수로 옮겨야 할 정도였다.
결국 이형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퓨처스(2군)리그 FA로 기회를 찾아 떠났다. 여러 구단이 관심을 가진 가운데 키움이 4년 20억원에 그를 영입했다.
이형종에게 키움이 준 기회는 단비와 같았다. 이형종은 2일 경기 종료 후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움에 와서 느낄 수 있었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연히 LG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한 마디였다.
키움도 이형종이 필요했다. 외야진 중 수준급 타격을 갖춘 건 지난해 MVP(최우수선수) 이정후뿐이었다. 키움 구단도 이형종과 함께 미소 짓는 이유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1일 끝내기 안타에 대해 “이형종에게 큰 의미가 될 거다. 시범경기에서는 의욕이 너무 앞섰고,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거다. 앞으로 그가 우리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고 싶었던 이형종의 열의를 홍 감독도 느꼈던 거다.
이형종이 정규시즌 남은 142경기에서도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키움이 누리는 '가성비'는 클 수밖에 벗다. 이형종은 "1일 끝내기 안타와 2일 4안타를 친 좋은 감각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