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명예의 전당이 막을 올렸다. 국내 프로스포츠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 건 K리그가 처음이다. 초대 헌액자 6명도 선정됐다. K리그의 지난 40년사를 1~4세대로 나눠 최순호·홍명보·신태용·이동국이 선수 부문에 헌액 됐다. 지도자 부문엔 김정남 감독, 공헌자 부문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각각 영광을 안았다.
"내가 받은 상 중에 가장 의미 있는 상이 아닌가 싶다". 선수 부문 2세대 헌액자로 선정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명예의 전당 헌액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두 아들의 추천을 받은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그만큼 다른 시상식과 의미가 달랐다.
다만 일부 헌액자들을 두고는 축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선수들은 맞지만 과연 ‘K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될 만한 커리어를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리고 경기 외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기록과 커리어만이 명예의 전당 헌액 기준으로 합당한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예컨대 해외 진출 등을 이유로 K리그에서 보낸 시즌이 적거나, K리그 출전 경기 수 자체가 적은 이들이 헌액 된 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등 한국축구에 크게 이바지한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으나, 한국축구 명예의 전당이 아닌 ‘K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정도의 커리어가 있는지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오직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실력만이 기준이 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가대표 시절 등 사생활 논란을 제외하고라도 K리그에 충격을 안겼던 심판 매수 사건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최근 K리그 승부조작 사범 등의 사면에 침묵한 이가 K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것을 두고 일부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선수 선발 비리로 유죄가 확정된 이가 앞서 명예의 전당 후보에 포함됐다는 점만으로도 K리그 명예의 전당엔 경기 외적인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정도는 다르겠으나 사생활 논란을 일으켰던 라이언 긱스(웨일스)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9골 162도움(통산 1위)의 엄청난 기록에도 불구하고 명예의 전당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것과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명예의 전당이 갖는 가치는 결국 누가, 어떠한 스토리를 가지고 오르느냐에 따라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다름 아닌 ‘K리그’ 명예의 전당인 만큼 K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K리그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최우선 기준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선수 시절 활약만이 아니라 경기 외적인 부분들, 은퇴 이후 행보들도 중요한 고려대상이 돼야 한다. 누구나 인정하고 박수를 보낼 만한 이들이 진정한 축하와 존경 속에 명예의 전당 헌액이라는 영예를 안아야 한다. 그래야 K리그 역사도, 명예의 전당의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