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뛰고 131승을 거둬도 야구는 새롭다. 그 안에서 선수는 계속 성장한다. 장원준(38·두산 베어스)은 지난 6일 선발 등판에서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2승이자 개인 통산 131승을 수확했다.
5년 만에 130승을 채웠던 지난 등판(5월 23일 삼성 라이온즈전)만큼 값진 기록은 아니었다. 대신 내용이 달랐다. 삼성전에서 장원준은 5이닝을 채우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4실점을 했다. 지난 수년간 불펜으로도 제 몫을 하지 못했던 그가 5이닝을 채웠다는 게 눈에 띄었다.
6일은 피칭 내용까지 좋았다. 스트라이크존 경계선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예리한 제구가 돋보였다. 구종 중 가장 눈에 띈 건 투심 패스트볼(투심)이다. 올해 장착해 첫 등판에서 시험한 투심이 6일 경기에서 더 좋아졌다.
삼성전에서 장원준의 투심은 피안타율 0.500과 평균 타구 속도 149.4㎞/h를 기록했다. 강한 타구(150㎞/h 이상) 비율도 66.7%에 달했다. 결정구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6일 등판 때는 투심 피안타율이 0.222로 떨어졌고, 평균 타구 속도도 111.2㎞/h에 그쳤다. 강한 타구는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포수 양의지도 투심을 호투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원준이 형은 (투심과 직구를) 섞어서 던진다. 투심을 던지다가 포심을 던지니 타자들이 헷갈리는 거 같다"며 "투심도 약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갖췄다. 구종이 많으니까 로케이션이 수월하다"라고 전했다. 또 "제구가 오늘(6일) 훨씬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장원준은 "(양)의지 말로는 투심이 잘 휘어져 들어와서 우타자 몸 쪽으로 쓰기가 좋았다고 하더라"며 "투수 입장에서는 공이 휘는 게 안 보인다. 똑바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위력이 덜해 보이니) 컨트롤을 더 신경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공이어도 사람이 던진다. 장원준을 살린 건 멘털이다. 그는 "130승 달성 후 개인 성적에 미련이 없다. 오늘은 조금이나마 더 즐기면서 던졌다"며 "삼성전은 남은 야구 인생이 걸린 경기였지만, 지금은 큰 부담 없이 내가 원하는 투구를 하자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KBO리그 통산 다승 10위, 선발승 6위(129승)에 오른 장원준은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134승)과 배영수 롯데 자이언츠 코치(선발 131승) 기록을 눈앞에 뒀다. 그는 "통산 기록은 더 이상 욕심이 없다. 지금 충분히 만족스럽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