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444홈런을 친 레전드의 노림수는 특별했다. 최정(36·SSG 랜더스)의 결승 만루 홈런은 슬라이더를 노린 끝에 만들어진 성과였다.
최정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10회 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왼쪽 담장으로 타구를 넘겨 개인 통산 444번째, 시즌 15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통산 만루 홈런 13개로 역대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올 시즌 홈런 단독 선두에도 올랐다.
이날 만루 홈런은 단순한 좋은 타구가 아니었다. 타구 속도가 160㎞/h에 달했지만, 그보다 11구까지 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이영하의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당한 그는 2구는 참았지만 3구 다시 슬라이더에 헛스윙했다. 무사 만루 기회에 삼진에 그칠 수 있었는데, 버티기 시작하더니 이내 타이밍을 맞췄고, 결국 11번째 슬라이더 실투를 쳐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최정의 노림수가 통한 결과물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최정은 "정말 힘든 타석이었다. 이영하의 슬라이더가 워낙 좋다 초구도 슬라이더를 생각했다. 이 정도면 스트라이크겠구나 싶어 돌렸는데 크게 빠진 공에 헛스윙했다"며 "그때부터 타격 포인트가 흔들렸다. 그래서 어떤 타이밍으로 쳐야 하는지 고민했다. 이러다 삼진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슬라이더 공략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최정은 "'직구는 파울로 만들고 슬라이더를 잡자'고 생각했다. 공을 포수 미트까지 끌고 와 친다는 생각으로 타이밍을 아주 늦게 잡았다"며 "다행히 풀 카운트까지 끌고 갔다.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할 상황이 왔고, 그렇게 좋은 타구까지 연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정은 올 시즌 다시 홈런왕에 도전 중이다. 20일 기준 15개로 박동원(LG 트윈스)을 누르고 드디어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선수 시절 세웠던 통산 최다 홈런(476개) 기록을 향해서도 성큼성큼 걷고 있다. 그러나 매번 그렇게 말한 것처럼, 이번에도 최정은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겸손을 떠는 게 아니다. 정말 홈런 개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매 시즌 목표는 두 자릿수 홈런이다. '올해도 칠 수 있을까' 걱정만 한다. 치고 난 후 나오는 홈런은 보너스라 생각한다"며 "어쨌든 팀이 이기는 홈런을 많이 치면 좋겠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산 만루 홈런 공동 2위 기록에 대해서도 "만루라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하고, 거기에서 홈런을 쳐야 나오는 기록"이라면서도 "그냥 어렸을 때부터 경기를 많이 내보내 주셔서 기회가 더 많아 세운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