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지찬(22)의 어깨가 무겁다. 프로 4년차인 그에게 지금은 베테랑 선배들로부터 배워가며 성장할 시기다. 그런데 김지찬은 현재 팀에서 내야 사령관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삼성 내야진에서 가장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는 김지찬이다. 1루수 오재일(37)이 1군에서 말소된 가운데, 유격수 이재현(20)과 3루수 김영웅(20)은 프로 2년차에 불과하다. 번갈아 1루 수비에 투입되는 웬만한 선배 선수들보다 김지찬의 출전 경기 수가 더 많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상수(33·KT 위즈) 이원석(37·키움 히어로즈) 오선진(34·한화 이글스) 등 선배들과 호흡하며 성장했던 김지찬은 올해 이들이 다 떠나면서 ‘소년 가장’ 신세가 됐다. 어린 나이에 더 어린 후배들을 리드해야 하는 상황이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설상가상 김지찬은 지난 5연패 기간 중 실책을 3개나 기록하며 잔뜩 위축 됐다. 지난 두 달 동안 47경기에서 단 2개의 실책만을 범했던 그가 연패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거로 보인다. 임무가 막중한 상황에서 자신의 실책까지 연달아 나오니 김지찬의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수비의 달인’ 선배들이 나섰다. '국민 유격수'였던 박진만 삼성 감독과 손주인 수비 코치가 김지찬 기 살리기에 나선 것. 1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는 박 감독이 이재현과 김지찬을 불러 “실수해도 좋으니 눈치 보지 말고 하라”고 다독였다. 덕분에 자신감을 찾은 김지찬은 단 한 개의 실책 없이 수비 임무를 마치며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어려운 팀 환경 속에서 김지찬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으로 이겨내고 있다. 18일 경기에선 그의 무릎이 피로 빨갛게 물들기도 했다. 그는 “도루 하다가 나온 피다. 계속 까져서 약해진 부위”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지찬은 "힘들지만 앞으로도 거침없이, 공격적으로 플레이 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이 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