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가 임대 계약상 서울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 무대는 24일 오후 4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다. 원소속팀인 노팅엄 포레스트(잉글랜드)와 서울 간 임대 계약은 이달 말까지다. 서울의 다음 경기가 7월 1일 대전하나시티즌전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는 황의조가 서울 소속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관심이 쏠렸던 향후 거취는 서울 잔류보다 ‘유럽 재도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동안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에이전트와 소통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던 황의조는 최근 엘살바도르와의 A매치 평가전을 마친 뒤 유럽 복귀에 대한 의지를 직접 밝혔다. 그는 “늘 그랬듯 도전”이라며 “늦은 나이에 유럽으로 가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다시 도전하면서 저를 시험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를 마친 뒤에는 홀로 경기장을 돌며 홈팬들에게 인사도 건넸다. 이 경기는 임대 계약 만료 전 마지막 홈경기였다. 그는 A매치가 끝난 뒤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혼자 천천히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울과 동행을 이어가기보다는 홈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는데, A매치 직후 직접 유럽 재도전 의지를 밝히면서 그때 인사가 홈에서 건넨 마지막 인사가 됐을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구단과 팬들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의조가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존재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시즌 리그 17경기에 출전해 4골·2도움을 기록했고, 특히 최근 2경기 연속 ‘원더골’을 터뜨렸다. 공격 포인트뿐만 아니라 최전방에서 보여주는 연계 플레이 등을 통해서도 공격을 이끌었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황의조가 팀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언행 하나하나가 후배들에겐 귀감이 된다. 멘토 역할도 잘해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황의조가 떠나면 대안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할 정도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이었다.
다만 구단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황의조가 서울에서 보여준 프로답고 성숙한 모습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 황의조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선수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게 구단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황의조 역시 서울 구단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림피아코스에서 많이 출전하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져 있던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준 구단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황의조는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컨디션을 크게 끌어올렸고, 최근 A매치에서도 1년 만에 골맛을 봤다. 그동안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유럽 복귀에 대한 확답 대신 서울 동행에 대한 여지를 늘 남겨뒀던 것도 그만큼 고민이 컸다는 뜻이었다.
계약상 마지막 경기가 될 슈퍼매치에 대한 황의조의 의지는 그래서 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원과의 경기는 서울의 최대 라이벌전이기 때문이다. 황의조 역시 이번 슈퍼매치에 대한 승리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의조가 서울 이적 후 처음으로 필드골을 터뜨린 상대가 바로 수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월 홈에서 열린 슈퍼매치에서 첫 필드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또 골을 넣고 승리를 안긴다면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다. 서울 팬들도 슈퍼매치이자 황의조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대거 수원 원정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