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로 합류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중책이 주어졌다. 주전 1루수를 맡으며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사령관 역할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이적생’ 내야수 류지혁(29)의 어깨가 무겁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진 상황은 좋지 않다. 젊은 내야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김지찬(22)이 멘털 문제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지난 5일 경기에선 거포 1루수 오재일(36)마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3루수 자리는 확실한 주인을 못 찾고 있고, 유격수 이재현(20)만 올 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며 버티고 있다.
류지혁이 내야진에 숨통을 터주는 듯했다. 지난 3일 포수 김태군(33·KIA 타이거즈)과 트레이드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은 구멍이었던 3루에 자리를 잡는듯 했다. 하지만 오재일의 부상으로 전천후 내야수인 류지혁이 1루 미트를 착용했다. 동시에 젊은 내야진을 이끄는 사령관 역할까지 맡았다.
류지혁의 어깨가 무겁다. 세대교체 중인 삼성 내야진은 10개 구단에서 가장 젊다. 하지만 경험 부족 문제는 생각보다 컸다. 시즌을 치를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실책이 반복되고 있다. 중요한 순간 흔들리는 멘털 문제도 노출했다. 누군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오재일마저 빠지면서 류지혁이 중책을 맡게 됐다.
다행히 류지혁은 이 역할이 어색하지 않다. KIA에서도 류지혁은 어린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그들을 이끌기도 했다. 이 때문에 류지혁이 삼성으로 트레이드되자 KIA의 많은 후배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그의 이적을 슬퍼했다. 김도영(19)은 인터뷰 도중 류지혁을 떠올리며 눈시울까지 붉혔다.
삼성이 류지혁을 데리고 온 이유도 이 리더십 때문이었다. 그가 선후배 간 가교 역할을 잘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류지혁이 KIA에서 했던 것처럼 삼성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 주길 바라고 있다.
삼성은 최근 수년간 김상수(33)와 오선진(34), 이원석(36) 등 내야진의 중심을 잡아준 베테랑 내야수들을 대거 떠나보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삼성은 최하위까지 떨어졌고, 젊은 선수들을 이끌 리더십의 필요성을 뒤늦게 깨달았다.
삼성은 뒤늦게 다시 중고참급 내야수를 영입했다. KIA가 울면서 떠나보낸 류지혁이 삼성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