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투수들이 물 세례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을 때, 사령탑은 배경을 알지 못했다. 5번째 투수로 나선 장시환이 수훈 선수 인터뷰를 소화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경기만 집중했다.
한화는 지난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16-6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한화는 3-6으로 지고 있던 8회 초 공격에서만 역대 한 이닝 최다 득점 2위 기록인 13점을 몰아쳤다.
폭발적인 화력을 보여준 한화.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2020년 9월 27일부터 개인 19연패를 당했던 장시환이 비로소 승리 투수가 됐다. 그는 7회 말 등판, 김혜성과 로니 도슨, 이원석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타선이 이후 역전을 안기며 승리 투수가 됐다. 감격의 눈물을 흘렀다.
최원호 감독은 26일 키움 주중 3연전 2차전을 앞두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장시환이 긴 연패에 있다는 인지는 있을지 몰라도, 팀 운영에 개인 기록을 애써 헤아리지 않은 사령탑 입장에선 25일 경기 중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것. 한화 선수들이 평소보다 기뻐하며 물 세례를 준비할 때도 정확한 사유는 몰랐다고 한다.
장시환은 시즌 초반 마무리 투수였지만, 컨디션 난조로 석 달 가까이 재정비를 가졌다. 7월 초 복귀 뒤 3경기에 나섰고, 실점 없이 막아냈다. 최원호 감독은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그에게 등판 기회를 주려고 했다.
최근 한화 셋업맨 강재민이 부진하다. 전반기 많이 등판한 투수들은 고비가 올 때다. 최원호 감독은 장시환의 셋업맨 활용에 대해 “가능하다”라는 답을 전했다. 암흑 같은 연패 터널을 벗어난 장시환이 한화 뒷문 강화에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