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3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카야 FC 일로일로(필리핀)와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4-0으로 대승했다. 지난 1차전에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를 꺾은 데 이어 2연승을 거둔 인천은 G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발끝이 유독 빛났다. ‘주포’ 무고사가 45분간 2골을 몰아치는 등 원맨쇼를 펼치고 교체됐고, 에르난데스도 전반 36분 팀에 세 번째 득점을 선물했다. 외국인 트리오가 빠진 후반에는 음포쿠가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으로 쐐기를 박았다.
지난 시즌 필리핀 풋볼 리그 챔피언인 카야는 한국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앞선 1차전에서 산둥 타이산(중국)에도 무릎을 꿇은 카야는 2연패를 기록, G조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은 3-4-1-2 포메이션을 꺼냈다. 최전방에 스테판 무고사와 제르소가 나섰고, 그 아래를 에르난데스가 받쳤다. 중원은 문지환과 음포쿠가 구성했고 양 측면 윙백으로 민경현과 강윤구가 출전했다. 스리백 라인은 권한진, 김건희, 델브리지가 구축했고, 골키퍼 장갑은 김동헌이 꼈다.
경기 시작 6분 만에 인천이 웃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민경현이 올린 크로스를 문전에 있던 무고사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출렁였다. 안방에서 ACL 첫 골을 지켜본 홈 팬들은 환호했다. 인천은 불과 1분 뒤 상대 볼 터치 실수를 무고사가 원터치 패스로 절묘하게 연결했지만, 에르난데스의 슈팅이 수비수 맞고 굴절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인천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전반 12분 강윤구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뒤로 흘렀지만, 이어진 에르난데스의 슈팅은 골대 위로 솟았다. 인천은 1분 뒤 센터백 델브리지의 크로스에 이은 무고사의 헤더로 골문을 열었다. 하지만 무고사가 경합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를 밀었다는 판정이 나와 무효 처리됐다.
거세게 몰아붙였다. 인천은 측면을 파괴한 후 거듭 크로스를 올리는 플레이로 재미를 봤다.
파상공세를 퍼붓던 인천은 전반 18분, 무고사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 리카르도 센드라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무고사는 가운데로 침착하게 차 넣으며 팀에 2점 차 리드를 안겼다.
일찍이 두 골을 넣은 인천은 경기를 손쉽게 풀었다. 사실상 ‘반코트 게임’에 가까웠다. 인천은 전반 29분 음포쿠가 페널티 박스 왼쪽 지역에서 연결한 볼을 무고사가 골대 안으로 밀어 넣었지만, 오프사이드로 무효 처리됐다.
중원에 선 음포쿠의 발끝이 번뜩였다. 전반 33분 음포쿠의 침투 패스에 이은 제르소의 슈팅이 골대 옆으로 살짝 빠졌다. 3분 뒤 또 한 번 음포쿠가 건넨 패스를 제르소가 받아 골키퍼 앞에서 옆으로 연결, 함께 침투하던 에르난데스가 밀어 넣었다.
카야는 전반 추가시간 한 차례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호리코시 다이조가 때린 회심의 슈팅이 골키퍼 김동헌 정면으로 향했고, 전반은 그대로 막을 내렸다.
여유 있는 리드를 쥔 인천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무고사, 에르난데스, 제르소를 빼고 천성훈, 박승호, 김보섭을 투입했다. 전반 내내 공격을 이끈 외국인 트리오에게 휴식을 주는 동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선수를 대거 바꾼 인천의 맹공은 이어졌다. 슈팅 빈도는 전반보다 줄었지만, 카야보다 몇 수 위 기량을 뽐냈다. 후반 23분 음포쿠의 패스에 이은 김보섭의 슈팅이 막혔다. 이어진 상황에서 김보섭이 재차 슈팅을 때렸지만, 볼은 골문 옆으로 향했다.
‘축구 도사’ 면모를 뽐내던 음포쿠가 직접 골망을 갈랐다. 후반 29분 페널티 박스 바깥 오른쪽 지역에서 음포쿠가 오른발로 처리한 프리킥이 왼쪽 골망 구석을 출렁였다. 음포쿠는 득점 직후 ‘신인’ 박진홍과 교체돼 피치를 빠져나갔다.
인천은 후반 44분 김보섭이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망을 갈랐지만, 볼을 잡는 과정에서 핸드볼 반칙이 선언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인천은 카야를 끝까지 몰아붙이며 ‘대승’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