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심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기량이 늘고 있어 흥미롭다. 함께 재밌는 높이뛰기를 해 행복하다."
우상혁(27·용인시청)이 '현역 최고 점퍼'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시안게임(AG) 2회 연속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스마일 점퍼' 답게 환하게 웃으며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상혁은 4일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을 기록, 결선에 참가한 12명 중 전체 2위를 기록했다.
고교생이던 2014년 인천 대회에서 10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2위를 한 우상혁은 세 번째 AG에서 대회 첫 금메달을 노렸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반면 바르심은 2m35를 1차 시기에 통과해 대회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상혁은 "2m35를 넘고 2m37 최고 기록을 달성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2m35를 1차 시기에서 넘었어야 하는데"라며 돌아봤다. 2m35는 우상혁의 시즌 최고이자 개인 최고 기록이다.
우상혁과 바르심은 세계 최고 점퍼를 놓고 다투는 라이벌이다. 이번 대회 우상혁과 바르심의 대결을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세계랭킹 4위 우상혁의 최고 기록은 2m35다. 세계 2위 바르심은 2m43이 최고 기록이다. 올 시즌 개인 베스트 기록만 놓고 보면 우상혁이 2m35, 바르심이 2m36으로 막상막하다. AG 높이뛰기 전초전이던 세계육상선권에서는 우상혁이 2m29로 6위에 머물렀고, 바르심보다 최고 기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m33으로 동메달에 그쳤다.
우상혁은 "바르심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내 기량이 늘고 있어 흥미롭다. 재밌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바르심은 세계선수권 3연패, 도쿄 올림픽 공동 금메달 출신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2010년 도하, 2014년 인천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는 발목 부상 후유증 탓에 결장했다.
우상혁은 떠오르는 신성으로 세계 무대에서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도쿄 올림픽(4위)을 통해 희망을 안긴 그는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대회 우승했다. 지난달 열린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는 2m35를 넘어 한국 육상에 새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우상혁은 이날 결선에서 2m15, 2m19, 2m를 1차 시기에 모두 사뿐히 통과했다. 2m23을 넘기 전에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유도했고, 바를 넘은 후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어 2m26과 2m29, 2m31, 2m33도 첫 번째 시도에 넘어섰다. 그러나 2m35 1차 시기에 실패했다. 반면 2m19부터 시작한 바르심은 곧바로 2m35에 도전, 쉽게 성공했다. 우상혁은 2차 시기 2m37으로 올렸으나 실패했고, 3차 시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르심도 2m37의 바를 넘지 못했다.
우상혁은 "바르심과 최종 높이에서 경쟁해 영광이다. 어렸을 때 저 선수와 같이 뛸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할까 싶었는데 이뤄졌다"며 "내 승부욕을 불태워주는 선수다.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우상혁은 경쟁자들보다 비교적 작은 키(1m88cm)와 왼발보다 작은 오른발의 짝발을 극복하고 아시아 2위를 수성했다. 같은 은메달이었지만, 5년 전(2m28)보다 5cm를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는 "5년 전엔 억지로 2m28을 뛰었다. 지금 다시 보면 '어떻게 뛰었을까' 싶은데 지금은 여유롭게 뛰고 있다. 그때는 강박과 압박 속에 즐기지 못했고, 지금은 높이뛰기를 즐기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바르심과 한판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 2m37, 2m38, 2m39, 2m40 다 도전할 것이다. 2m36과 2m37은 30~40번은 뛰어본 것 같다. 계속 도전 하다보면 언젠가 넘지 않을까 싶다"며 "2m37은 내가 넘어야할 산이다. 파리 올림픽까지 그 기록을 넘을 것이다. 올림픽까지 300일 안 남았는데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