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소화한 첫 공식 일정이다. 'K리그를 잘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이 따라다니는 와중, 현장을 찾은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14일 유럽 A매치 2연전(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K리그 경기를 관전한 바 있다.
당시 '보여주기'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K리그1 2경기를 보고 입국 닷새 만에 급히 자택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떠난 탓이다. 애초 9월 A매치 직후 바이에른 뮌헨(독일) 경기 관전 일정을 잡아놓은 클린스만 감독은 돌연 취소하고 한국에 돌아와 "여러분이 오라고 해서 왔다"는 발언을 남기고 석 달 만에 K리그 경기를 관람했다. 분명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지난 3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카야FC 일로일로(필리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본 것도 팬들 마음에 와닿지 않는 모양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유명 스포츠 매체에 출연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승부 예측을 하는 등 '부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 영향이 크다.
정황을 봐도 개운치 못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ACL 경기 전날인 지난 2일, 10월 A매치 2연전(튀니지·베트남) 명단(24인)을 발표했다. 명단을 꾸리기 전에 관전한 것이면 새 얼굴 발탁을 위해 현장을 누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명단을 이미 전날 완성했고, 열흘 앞으로 다가온 A매치 준비에 매진해야 할 때라 다소 '필요성'이 떨어지는 경기에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지휘봉을 잡은 후 단 한 차례도 인천 선수를 선발한 적이 없다. 10월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선수는 11명 중 6명에 불과했다. 당연히 상대인 필리핀 팀에 한국 선수는 전무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갑작스레 인천 구장을 찾았다는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죽하면 '클린스만 감독이 이날 맹활약한 외국인 선수 무고사와 에르난데스를 보러 왔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간 '한국 축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던 클린스만 감독이 인천이란 팀과 K리그, 아울러 아시아 축구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가능성도 있다. 향후 뉴페이스 발탁을 위해 인천 구장을 찾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말과는 상반되게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 유럽 등 타지에서 보내고 있다. 현장을 찾아도 마뜩잖은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가 불성실하다는 지적이 쏟아져도 꿋꿋하게 '마이 웨이'를 고집한 탓이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서 '개인 업무'를 보고 10월 A매치 일정에 맞춰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첫 일정은 '내가 바뀌었다'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K리그 현장 답사였지만, A매치를 준비해야 하는 본인에게는 중요도가 크지 않았다. 이번 ACL 관전이 더 이상 혼나지 않기 위한 '논란 면피'로만 보여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