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베테랑 내야수 박병호는 시련의 가을을 보내고 있다. 플레이오프(PO) 5경기 타율 0.200, 1홈런, 4타점, 7삼진, 장타율 0.250. 2차전까지 치른 한국시리즈(KS)에선 아직 안타도 볼넷도 없다(8타석).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박병호는 리그에서 최고의 1루 수비를 자랑하는 베테랑 선수다. 정규시즌에서도 92경기(수비 730⅓이닝) 동안 실책을 5개만 범했다. 가을야구에서도 호수비를 여럿 선보였다. 하지만 실책이 너무 결정적이었다. 지난 PO 2차전에서 실점을 내준 포구 실책이나 KS 2차전에서 실점으로 연결된 아쉬운 라인 수비는 그답지 않았다. 공격이 답답하니 수비에서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한 방이 있는 그에게 상대 투수들이 좋은 공을 줄 리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박병호 앞 타순인 3번 타자 앤서니 알포드도 타격감이 좋지 않다. 알포드 역시 8타수 무안타로 부진 중이다. 중심타자 역할을 해줄 강백호도 부상으로 KS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다소 헐거워졌다. 박병호가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여기에 정타를 맞추지 못하는 선수 본인의 조급함이 겹쳐 자신감과 타격감이 더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호는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2021년 KT 위즈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홈런왕 6회, 타점왕 4회에 오르며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로 거듭난 그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끼지 못했다. 2014년·2019년 히어로즈에서 두 번 KS를 경험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당시에도 박병호는 2014년 6경기 타율 0.143, 1홈런, 1타점, 2019년 4경기 타율 0.250, 2타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이번 KS 2차전까지 박병호는 타율 0.156을 기록 중이다. 세 번째 맞는 기회에선 달라진 모습이 필요하다.
KT도 박병호의 부활이 절실하다. 하위 타선이 꾸준히 잘해주고 있고, 상위 타선도 경기를 치를수록 타격감을 회복하는 가운데, 3·4번 중심타선만 폭발한다면 KT는 더 수월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박병호의 부활포 한 방이 절실하다.
10일 수원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도 박병호는 4번 타자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 KT 감독은 2차전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타순 변경은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했지만, 박병호보단 알포드의 타순 변경을 염두하고 한 말로 보인다. 앞서 이 감독은 “중요할 때 분명 해줄 거로 생각하고 있다”며 강한 믿음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