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국내 에이스 고영표(32)가 벼랑 끝에 놓인 팀을 구할 수 있을까. 올가을 고영표의 가슴은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KT는 지난 1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4-15로 패하며 시리즈 3패(1승)째를 당했다. 역대 KS에서 1승 3패로 밀린 팀이 역전 우승한 사례는 총 17번 중 1번뿐이다.
KT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5차전에서 우완 사이드암스로 고영표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그는 지난 7일 열린 1차전에 등판한 6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며 KT의 3-2 승리 발판을 놓았다.
고영표는 1차전에서 2023 정규시즌, 개인 통산 상대 전적에서 LG 주축 좌타자들에게 고전했고, 실제로 경기 초반에도 기세 싸움에서 밀렸다. 하지만 결국 선발 투수 임무를 완수했다.
고영표는 최근 3시즌(2021~2023) 리그에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63번을 해낸 투수다. 리그 최다 기록이다.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그래서 단기전에서 외면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무대, 자신의 첫 KS 선발 등판이었던 7일 1차전에서 제 몫을 해냈다. 5차전 그의 어깨가 무겁다.
1차전이 열린 7일은 고영표의 아들 차민군의 첫돌이었다. 더 힘을 낸 이유가 있었다. 남은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고영표는 지난 8일 2차전을 앞두고 "올해 유독 뜨거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아들이 크면, 올가을에 대해 알아보고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잘 던지고 싶다. 또 마운드에 선다면 투지 있게 던지고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전국구 인기 구단 LG가 21년 만에 KS 무대에 올라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10구단이지만 불과 2년 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다. 고영표는 KT의 에이스다.
3차전부터 한파 속에 치러지고 있는 KS. 고영표는 축제 열기에 다시 불을 지피려 한다. 멋지게 싸운 아빠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