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뒤 4연패,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해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지만, 선배 선수들은 애써 후배 선수들을 격려했다. 정규시즌 10위에서 2위까지 올라온 기적의 시즌, 그들의 마법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KT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2-6으로 패배,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우승에 실패했다. 1차전 승리로 9부 능선을 넘는 듯했지만, 2~5차전에서 내리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섯 달 전까지만 해도 KT가 이 무대에 서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순위는 최하위. 승패 마진도 –14까지 벌어져 우승은 물론 가을야구 희망도 없어 보였다. 당시 한 베테랑 선수는 “솔직히 올해는 (가을야구가) 힘들어 보인다.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KT는 마법을 썼다. 내야수 이호연 트레이드와 대체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영입을 기점으로 무섭게 승수를 쌓기 시작했고, 부상으로 이탈했던 주전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반전을 써내려갔다.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승패마진 –4·7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린 KT는 8월부터 시즌을 마칠 때까지 35승 19패 승률 0.648의 고공행진을 달리며 2위를 확정지었다.
승패마진은 ‘+17’, -14에서 +17까지 무려 31경기를 줄였다. 이는 2005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기록한 KBO리그 역대 최대 승패마진(32경기·-11~+21) 다음 가는 성적이었다. 3위가 2009년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19경기(-14~+5)인 것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기록이었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시즌이었다.
KT의 마법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는 듯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지만, 무서운 기세의 NC 다이노스에 1·2차전을 내주며 ‘업셋(정규시즌 순위 하위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상위 팀을 잡아내는 일)’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KT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3~5차전에서 3연승을 달리며 LG가 기다리는 KS에 올랐다.
하지만 마법은 여기까지였다. KS 1차전에서 승리하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PO에서 치열한 경기를 펼치고 온 KT 선수들은 크게 지쳐있었다. 결국 2~5차전을 내리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5차전 승리로 3연승의 기적을 다시 한 번 노렸지만, 우승의 문턱에서 마법은 멈췄다.
PO 3차전 직전, 벼랑 끝에 몰렸을 때 황재균은 선수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10위에서 2위까지 올라왔다. 이번(PO)에 진다고 우리의 노력이 없어지지 않는다. 나가서 부담을 내려두고 편하게 하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은 KS가 끝난 후에도 다시 나왔다. “우리가 못했다기보단 하늘에서 결과를 정해준 거다. 우리는 10위에서 2위까지 올라온 팀이다. 고개 들자”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