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재활 중인 박혜진의 복귀 시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청주 KB 스타즈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고, 가용 인원마저 부족한 상황이지만 박혜진을 급하게 복귀시킬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박)혜진이는 지금 조깅 정도만 하는 몸 상태”라면서 “빠른 복귀를 위해 무리하면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근력이 올라온 뒤 그때 상황을 봐야 한다. 지금은 조심스럽다”고 했다.
우리은행 에이스인 박혜진은 부상 복귀 후 지난달 재차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또 이탈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복귀전을 치른 뒤 8경기를 소화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다 복귀 한 달도 채 안 돼 무릎 내측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다시 전열에서 이탈한 박혜진도, 그의 복귀와 맞물려 경기력이 더 올라오던 우리은행에도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비시즌 때 운동을 못하다 팀에 합류한 뒤 페이스를 찾던 과정에서 갑자기 또 쉬게 됐다. 복귀 후 운동한 게 다 날아가 버린 거라 더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박혜진의 이탈은 우리은행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에이스의 부재로 인해 아무래도 경기력은 이전보다 떨어지는 게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김단비와 박지현 등 다른 핵심들의 체력적인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가용 인원이 부족한 우리은행 입장에선 그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이 박혜진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는 건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보다 완전한 몸 상태로 복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마침 다른 선수들도 박혜진의 공백을 최대한 메우려 애쓰고 있고, 덕분에 어린 선수들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KB와 1경기 차 안팎의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역시 박혜진이 빠진 상황에서도 김단비·박지현을 주축으로 선수들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8일 부천 하나원큐전에서 팀 내 최다인 16점을 책임진 나윤정의 활약에 위 감독이 "박혜진이 있었다면 출전 시간을 많이 못 줬을 수도 있다. 슛을 초반에 잘 넣어준 게 이상적이었다. 오늘 제 역할을 해준 게 승리로 이어졌다"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규리그가 반환점을 넘어선 가운데 '결정적인' 타이밍에 박혜진이 복귀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정규리그 우승 경쟁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는 게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시즌 후반 박혜진이 완전한 몸 상태로 돌아오면 우리은행엔 그야말로 천군만마다. 사실상 KB와 우리은행의 양강 대결로 압축된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 우승 경쟁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이 묵묵히 칼을 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