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미트윌란)의 사우디아라비아전 극장골 뒤엔 김태환(전북 현대)과 설영우(울산 HD), 두 측면 수비수가 있었다. 경기 내내 공·수에 걸쳐 존재감도 보여주면서 이번 대회 가장 고민이 컸던 측면 수비 조합도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김태환과 설영우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해 연장 포함 120분을 모두 소화하며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특히 0-1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후반 추가시간 막판엔 나란히 조규성의 극적인 동점골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김태환이 왼발로 긴 크로스를 올렸고, 반대편에 있던 설영우가 침착하게 헤더로 연결해 문전으로 보냈다. 이 패스를 조규성이 문전에서 마무리, 극적으로 균형을 맞췄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울산)의 선방쇼를 앞세워 4-2로 승리, 8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극적인 동점골을 만든 활약뿐만 아니었다. 왼쪽 측면 윙백과 풀백을 소화한 설영우는 축구 통계매체 폿몹 평점에서 8.1점으로 팀 내 공동 1위, 소파스코어 평점은 8.2점으로 3위에 각각 오를 만큼 활약했다. 포지션 특성상 패스 성공률은 77%로 다소 떨어졌지만 지상·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5차례 중 4차례나 이겨냈고, 2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이번 대회 첫 어시스트도 쌓았다.
오른쪽에 포진한 김태환은 경기 내내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측면을 흔들었다. 팀 동료의 슈팅으로 이어진 키패스는 4개나 기록했고, 크로스와 롱패스 모두 각각 6개씩 시도해 절반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조규성의 극장골 기점이 된 크로스뿐만 아니라 전반에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손흥민(토트넘)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해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들의 활약은 좌·우 측면 수비가 클린스만호의 최대 고민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은 지난해 9월 유럽 원정을 시작으로 이기제(수원 삼성)를 왼쪽, 설영우를 오른쪽에 두는 측면 수비 라인을 확고한 주전으로 가동했다. 이기제는 아시안컵 전 A매치 7경기 모두, 설영우도 6경기에 선발로 나섰을 정도였다.
그러나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하던 이기제의 경기력에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대회 초반 비상이 걸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2경기 연속 이기제를 선발로 기용하며 믿음을 줬지만, 결과는 모두 ‘조기 교체’였다. 김진수(전북)까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터라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도 컸다. 다행히 이날 설영우와 김태환이 양 측면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남은 대회 기간 확실한 측면 수비 조합을 찾게 됐다.
문제는 풀백은 체력 소모가 워낙 큰 포지션이고, 김진수·이기제의 컨디션이 여전히 정상이 아니라는 점. 김진수는 말레이시아전에 잠깐 출전했지만 사우디전에선 또 결장했고, 이기제도 햄스트링 부상 여파가 남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풀백 자원을 4명만 선발한 터라 설영우와 김태환의 남은 대회 체력과 컨디션이 변수가 될 수 있다.